[자영업자들의 눈물-②] 은퇴자들의 탈출구는 옛말, 몰락하는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들의 눈물-②] 은퇴자들의 탈출구는 옛말, 몰락하는 프랜차이즈
  • 전지현
  • 승인 2019.03.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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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전국 24만개 프랜차이즈 가맹점. 점주들은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재료에 이문을 붙여 돈을 내야 한다. 일명 '차액가맹금'이다. 정부가 실적에 따라 돈을 받도록 전환을 추진함에 따라 이 제도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정작 현장 반응이 시큰둥하다. 정부의 '갑질 대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10일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가맹본사가 가맹점에 필수재료를 공급하며 이윤을 붙여 남기는 이익 ‘차액가맹금’이 한국 프랜차이즈 특징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하지만 정확한 가격도, 이윤도 알 수 없는데다 수시로 가격이 올라 본사 ‘갑질’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울 용산에서 치킨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A 가맹점주는 "계약서를 쓸때 본사 제품만 사용하도록 처음부터 계약을 맺는다. 젓가락, 기름 등 원재료가 집앞에 있는 마트에서 더 싸게 팔아도 본사에서 제공하는 비싼 제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며 "물건 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달라는 대로 다 주고하면 남는것도 없다"고 불평했다.

◆시큰둥한 '차액가맹비', "무조건 로열티만 내라하면 어쩌나"

점주들 불만이 거세지자 공정위는 지난해 4월 본사로부터 가맹점주를 보호하겠다며 필수 품목(매출 상위 50%)의 공급가 상·하한선을 공개하도록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바꿨다. 운영이 투명하고 갑질 소지도 적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에 정작 가맹점주들은 시큰둥한 상태다. 어차피 본사와 재료 거래는 하는데 자칫 둘다 물을 수도 아니면 본사가 관리는 안하고 로열티만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에서 음식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는 B 가맹점주는 "(로열티만) 무조건 내야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 않냐"며 "기존 관리가 해주는 것 없이 있다가 '앞으로 로열티로 바뀐다' 했을 땐 안 좋을 수도 있다. 현재 입장에선 쓸데없는 부담만 될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공급가 공개'로 소비자 불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커피 가맹점주는 "4000원하는 커피 한 잔 원두 가격이 500원이라고 하면 소비자들 불만이 폭발하지 않겠냐"며 "임대료·인건비 등은 생각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중고'에 폐점·매물 쏟아지는 프랜차이즈 본사, 그사이 덩치 키운 외국계 본사

'갑질'을 없애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제도들이 현실을 모르는 대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폐점과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M&A 거래소 등 매각 시장에 이름을 올린 업체는 약 70∼80개. 공차, 놀부, 아웃백, 할리스커피 등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잠재적인 매물로 꼽힌다.

폐업도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록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58개였지만 351개 브랜드가 사라졌고, 사업을 접는다는 이유로 등록을 취소한 가맹본부는 318개에 이르렀다.

국내 대기업에 적용되는 출점 제한 규제는 프랜차이즈 산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는 점포가 갈수록 줄고 있는 반면 외국계 경쟁사들은 덩치를 키우고 있다.

서울지역 기준 파리바게뜨는 2013년 763개에서 지난해 730개로 33개가, 뚜레쥬르는 2013년 281개에서 2018년 240개로 41개가 각각 줄었지만, 같은 기간 프랑스·일본 등 주요 외국계 매장 수는 2013년 6개에서 지난해 90개로 15배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출점도 규제를 받는데, 외국계는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경기침체, 최저임금 인상, 규제 ‘3중고’에 적자폭만 늘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