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 1%대...물가 고려시 ‘마이너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 1%대...물가 고려시 ‘마이너스’
  • 이나경 기자
  • 승인 2019.03.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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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적금, 보험, 국채 등 원금보장상품 편중 때문" 지적
사진제공=연합뉴스

[비즈트리뷴=이나경 기자]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1%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인 셈이다. 마이너스 현상이 수년간 반복되자 퇴직연금이 노후생활 안정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회사들의 상품 수익률은 1%대가 대다수다.

이마저도 적립금 비중이 큰 확정급여형(DB)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원금을 날린 경우도 적지 않다. 

퇴직연금 운용회사 중 25조원으로 적립금이 가장 많은 삼성생명은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DB형 1.63%, DC형 0.71%, IRP 0.49%를 기록했다. 교보생명은 DB형 1.25%, DC형 0.07%, IRP -0.07%였고 한화생명은 DB형 1.65%, DC형 0.96%, IRP 1.09%였다.

증권사 중 적립금이 12조원으로 1위인 현대차증권은 DB형 1.42%, DC형 0.25%, IRP -0.68%였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DB형은 수익률은 1.5~1.7%대 수준이었으나 DC형과 IRP는 대체로 적자였다.

은행도 사정이 비슷한 모양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DB형 1.43%, DC형 0.89%, IRP 0.14%, IBK기업은행은 DB형 1.06%, DC형 1.25%, IRP 0.56였다. 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도 DB형은 1%대, DC형은 0%대, IRP는 마이너스였다.

손해보험사는 상대적으로는 나았으나 수익률이 높지 않은 수준이다. 삼성화재는 DB형 1.70%, DC형 1.52%, IRP 1.24%, KB손보는 DB형 1.68%, DC형 1.33%, IRP 1.33%였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지난해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인 점과 수수료 비용까지 고려하면 물가와 제비용을 감안한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저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은행 예적금, 원금보장 보험상품, 국채 등에 투자하는 원금보장상품에 편중된 구조를 꼽는다. 

시중 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아직 1%대가 대세이고 일부 2%대 상품이 생기고 있다. 게다가 주식 등에 투자하는 원금비보장상품은 지난해 증시 부진으로 전체 수익률을 더 깎아내렸다. 예컨대 지난해 현대차증권의 원금보장상품 수익률은 1.77%였지만 원금비보장상품은 -4.80%였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의 수익률 부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자 상품 다양화와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들을 내놨지만 실제 수익률 제고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 장담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원금보장상품 투자대상에 저축은행 예・적금을 추가했고 DC형과 IRP의 경우 퇴직연금 자산의 100%까지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TDF는 투자자 은퇴 시점과 생애 주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운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고용노동부와 금융위,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대상 원금보장상품의 종류를 지정하면 만기 시점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퇴직연금 원금보장상품의 운용지시 방법도 변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