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를 할 수 있을까
국회의사당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를 할 수 있을까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5.02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박병욱 기자] 요즈음 정치적 쟁점들을 둘러싸고 다양한 단체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내며 집회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번 주말에도 광화문에서는 어김없이 집회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듯싶다.

그런데 국회와 법원 등 주요 헌법 기관 주위라면 어떠할까.

이러한 장소에서도 제한 없이 집회를 할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가 10여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이에 대한 2차 결정들을 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를 살펴보자.  

사건의 개요

A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및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150여 명과 함께 ‘공무원 노후를 팔지 마라’는 피켓을 들고 ‘국회특위 해산하라’는 등의 구호를 제창함으로써 국회의사당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가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재 2018. 5. 31. 2013헌바322 등)

국회의사당 인근에서의 집회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초래한다는 일반적 추정이 구체적인 상황에 의하여 부인될 수 있는 경우라면, 입법자로서는 예외적으로 옥외집회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심판대상조항을 규정하여야 한다.

물론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대규모 집회가 행하여지는 경우 국회의 헌법적 기능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규제수단들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집시법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넘어, 규제가 불필요하거나 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가능한 집회까지도 이를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외국의 입법례

독일은, ‘연방헌법기관의 보호구역에 관한 법률’(Gesetz uber befriedete Bezirke fur Verfassungsorgane des Bundes)에서 연방의회를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이러한 보호구역 내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면서도, 연방의회의 활동을 저해하거나 연방의회에 위치한 건물로의 출입을 방해할 염려가 없을 때에는 연방내무부장관이 연방의회 장의 동의를 얻어 그 집회를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특히 연방의회의 각 기관 및 위원회 등의 회의가 없는 날에 집회가 열리면 원칙적으로 이를 허가할 수 있도록 해석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연방법전(U.S.C)에서 국회의사당 구역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면서도, 그 책임자가 임명되어 있고, 상원과 하원의 의장이 질서를 유지하며 국회의사당을 훼손하지 않도록 할 적절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상원과 하원의 의장은 공동으로 집회에 대한 제한을 유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사당(2006헌바20)과 법원(2004헌가17) 100미터 이내 옥외집회금지규정에 대한 1차 결정에서 모두 합헌 판단을 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10여년이 지나서 내린 이 결정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법원 100미터 이내 옥외시위금지에 대하여도 동일한 결정(헌재 2018. 7. 26. 2018헌바137)을 내렸다. 현행 집시법 규정은 2019. 12. 31. 을 시한으로 계속 적용된다. 이러한 결정을 이끌어 낸 것은 지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나타난 촛불 집회의 성숙한 시민 문화로 보인다. 이 촛불 집회를 통해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과거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고, 헌법불합치 결정은 집시법의 합리적인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자기의 스마트폰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이 사회에서, 광장의 민주주의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집시법이 시대에 맞게 개혁될 것을 기대해 본다.


박병욱 기자 bwpark21@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