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배당 압박전략 통했나...국내 상장사 배당금 20% 증가
국민연금 배당 압박전략 통했나...국내 상장사 배당금 20% 증가
  • 김수향 기자
  • 승인 2019.03.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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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줄고 배당은 늘어...2018년 배당성향 19.90%기록

[비즈트리뷴=김수향 기자] ‘짠물배당’에 대한 국민연금의 배당 압박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상장사로부터 받는 한 해 배당금이 1년 전보다 4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작년 말 현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293개 상장사로부터 받는 2018 사업연도 배당금은 총 2조4167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민연금이 전년도에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288개 상장사에서 받은 배당금 추정액(2조157억원)보다 4010억원(19.89%) 늘어난 것이다.

배당금 증가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국민연금의 배당 압박이 시작된 후 주당 배당금을 대폭 올리는 기업이 속출했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들의 순이익 합계는 2017년도 135조5431억원에서 2018년도 132조4550억원으로 2.28% 감소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배당금 합계는 2017년도 총 22조4673억원에서 2018년도 26조3530억원으로 17.30% 늘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2017년도 16.58%에서 2018년도 19.90%로 3.32%포인트 높아졌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을 뜻하는데,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얼마나 돌려주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8년 당기순이익이 44조3449억원으로 2017년보다 5.12% 늘었지만 배당금(보통주 기준)은 8조4532억원으로 전년보다 65.10% 증가했다.

현대차는 당기순이익이 2018년 1조6450억원으로 전년보다 63.82% 줄었지만 배당금은 8179억원으로 1.24% 감소에 그쳤다.

이외에도 지난해 저배당 상장사로 지목받은 현대그린푸드(주당 80원→210원)와 현대리바트(주당 100원→290원), 광주신세계(주당 1250원→3000원), 한국공항(500원→1000원) 등 4개사가 전년 대비 주당 배당금을 두 배 이상 올렸다. 원익IPS(200원→220원), 휴온스(600원→800원), 케이씨(180원→220원) 등 3개사도 주당 배당금을 소폭 조정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2015년 마련된 배당 관련 주주 활동 프로세스에 따라 3개년에 걸쳐 저배당 기업을 관리하고 있다.

1년 차에는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진행하고, 다음 정기 주총 때까지 개선하지 않으면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분류한다. 그다음 주총(3년 차)까지 개선 사항이 없을 때는 수탁자책임위가 공개 전환을 결정한다. 국민연금은 이 프로세스에 따라 지난해 5월 남양유업을 '저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공개 발표했다.

또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기존 4~5개에서 8~10개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