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소비자 혜택 줄이고 대형가맹점엔 '펑펑'
카드사, 소비자 혜택 줄이고 대형가맹점엔 '펑펑'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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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가맹점에 수수료 수입 2배 해당하는 혜택 제공
무이자 할부 혜택·알짜카드 발급 중단…소비자 혜택은 뚝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에는 과도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개편된 지난해 11월 전후로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대형가맹점에는 수수료 수입의 2배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대형가맹점에 대한 카드사들의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에게는 과도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고,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연합뉴스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에는 과도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고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공=연합뉴스

3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주요 대형가맹점 대상 카드사 경제적 이익 제공 현황 자료'에 따르면 8개 카드사들은 지난해 대형마트·백화점·자동차·통신사 등 12개 대형가맹점으로부터 1조6547억원의 카드수수료 수입을 얻고, 1조2253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대형가맹점이 낸 카드수수료의 74% 가량을 카드사가 '경제적 이익' 형태로 다시 돌려준 것이다.

이 경제적 이익은 대형가맹점이 진행하는 상품할인, 판촉행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카드사가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 유치를 위해 사실상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도 지난해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년 전보다 6000억원이 늘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에게 출혈 마케팅을 벌이고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일반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카드사들은 올해 들어 무이자 할부혜택을 단축하거나 중단했으며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던 '알짜 카드'도 단종시키고 있다.

올해 초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는 일부 온라인쇼핑몰 무이자 할부혜택을 기존 2~6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했고 롯데카드는 일부 온라인쇼핑몰 무이자할부 혜택을 중단했다. 우리카드도 차량정비·렌트, 학원, 뷰티, 화장품, 인테리어 등 일부 업종에 대한 무이자할부 혜택을 없앴다. 국민카드, 삼성카드 등은 높은 할인과 적립 혜택으로 인기를 끌던 카드들을 단종시켰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연 8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손실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기면서 매출이 큰 대형가맹점에게는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소비자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힘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학영 의원은 "대기업들이 일반 자영업자에 비해 낮은 카드수수료를 내면서도 카드사로부터 경제적이익 제공 형태로 상당부분 보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소가맹점이 대형가맹점의 경제적이익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카드업계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방지하고 카드수수료 체계의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