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면세점은 옛말] '승자의 저주' 휘청…후발주자들 '시름시름'
[황금알 면세점은 옛말] '승자의 저주' 휘청…후발주자들 '시름시름'
  • 이연춘
  • 승인 2019.05.02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일까. 너도나도 앞다퉈 뛰어들었던 면세점사업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휘청거리고 있다. 면세점사업 선두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후발주자들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로 중국 보따리상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규모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대기업의 신세계면세점과 HDC신라아이파크 면세점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두타면세점과 SM면세점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진을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기업이 면세사업 철수를 선언한 상황.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적자구조를 이기지 못하고 면세사업에서 철수키로 발표했다. 2014년 이후 면세 특허를 확대 발급하면서 후발 주자로 진입했던 업체 중 처음으로 면허를 반납하는 사례가 나온 것이다.

한화갤러리아, 진출 4년간 적자 1300억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9월 갤러리아면세점 63면세점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15년 12월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사업에 진출한지 3년5개월 만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사업 부문은 2016년 영업손실 178억원을 낸 후 한 차례도 흑자 전환하지 못했다. 지난해 제주공항점을 철수한 이후 자구 노력을 거쳐 66억원까지 적자 폭을 줄인 것이 최대 실적이었다. 영업기간 4년 동안 누적 적자는 1315억원으로 불어났다.

갤러리아가 사업권을 획득한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수가 6개에서 13개(2018년 기준)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데다, 예상치 못한 중국발 사드(THAAD) 제재라는 외부 변수가 발생하자 이를 기점으로 사업자간 출혈 경쟁이 시작되며 면세시장 구조가 왜곡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극단적인 중국 편중 매출로 중국 발 이슈에 따른 변동 리스크가 커졌으며, 면세 사업자 간 외형 확장 경쟁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상 초유의 수수료가 형성돼 면세사업 수익성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야기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변수들로 인해 갤러리아면세점은 지난 3년 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는 갤러리아 법인의 존립을 뒤흔드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이익 구조 전환이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오는 2020년까지 사업 기간이 남았음에도 면세점 영업을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갤러리아는 잔여 기간 동안 세관 및 협력 업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면세점 영업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신라아이파크 '웃고' vs. 두산·SM '울고'

2015년 면세점 허가를 받은 시내면세점 가운데 영업을 접는 것은 한화가 처음이다. 당시 신세계면세점(신세계디에프)과 HDC신라면세점·두타면세점·SM면세점은 한화와 함께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후 2017년 중국 정부와의 사드 갈등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들은 보따리상으로 외형적인 성장세를 키워왔다.

이에 비해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면세점인 강남점과 8월 인천공항 면세점을 잇달아 열면서 매출이 급신장하며 면세사업의 새 강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신세계디에프 매출은 2조8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118.3%나 뛰었다. 영업이익은 378억원으로 집계됐다. HDC신라면세점도 지난해 10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2017년(52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두타면세점은 2년 연속 적자를 내다 지난해 겨우 흑자 전환했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SM면세점은 지난해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더 큰 문제는 중소 업체들이다. 동화면세점과 에스엠면세점 등 11개 중소업체들의 매출을 다 합쳐도 4283억원으로 매출비중이 전체의 3%를 밑돈다. 안 그래도 상위권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시내면세점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어 기존 업체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면세사업자들의 특허권 추가 반납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내 면세점 추가 출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사드 여파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끊긴 상황에서 출점을 확대하면 신규 면세점의 경우 이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 면에서 업계 빅3와 대적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도 따이공에 의해 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에 한한령이 해제되면 모르겠지만 중소·중견업체의 매출증가는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