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면세점은 옛말] 과당경쟁만 치열…제 살 깎기에 '울상'
[황금알 면세점은 옛말] 과당경쟁만 치열…제 살 깎기에 '울상'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5.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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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대기업들이 앞다퉈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지 불과 4년 만에 첫 번째 이탈자가 나오면서, 한화를 시작으로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선 면세점 업체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과당경쟁만 치열해진 탓이라고 지적한다. 시내 면세점 수가 6개에서 13개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문제는 커진 시장 규모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면세점은 법 특성상 관세청에 특허라 불리는 지점별 운영허가를 받아야 했다. 2013년까지는 기존 10년 운영 후 형식적인 절차만 밟으면 자동 연장이 되는 사실상 독점 구조였지만, 중국 단체관광객이 대규모로 한국에 몰려오면서 정부가 신규 면허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울에 위치한 시내면세점은 6곳이었다. 하지만 2015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중국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관세청이 9곳이나 신규 특허를 발급하면서 두산의 두타면세점, 한화갤러리아63, 신라아이파크, 신세계, SM면세점, 동화, 롯데 등 13곳으로 늘어났다. 사실상 면세 사업 특성상 독점을 누렸던 '황금알'이 깨지게 된 것이다. 이에 업체들은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SM면세점은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693억원에 달해 서울점 운영 규모를 6개 층에서 지난 2월부터 2개 층으로 대폭 줄였다. 두산의 두타면세점도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지난해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다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 사업권을 포기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경우, 제주와 서울 면세점은 지난 2016년, 2017년에 각 439억원의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93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3년 간 적자 규모만 1000억원 이상이다.

면세 업계의 적자 행진에 따라, 인력 부문의 감소도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부문 인력은 지난 2016년 188명, 2017년 100명, 2018년 77명으로 지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관광객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면세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여파로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급감한 것이다. 현재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이 그 자리를 대체한 상태지만, 면세 업체들이 이들에게 각종 할인 혜택, 송객 수수료 등을 퍼주게 되면서 이른바 '나눠 먹기'로 제 살 깎아 먹는 출혈경쟁만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관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업계가 지난해 중국인 보따리상인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 등에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1조318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한화의 철수가 시내면세점 사업 철수의 연쇄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에 이어 중소·중견면세점 등의 연쇄 특허권 반납 사태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화상태인 면세 시장에 신규 특허가 남발되면 기형적 시장 구조를 고착화시켜 전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면세업계의 기형적 매출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신규 사업자만 늘리면 과당 경쟁만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