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LG화학-SK이노, 배터리 갈등 배경에 자리한 ‘경쟁’
[이슈분석] LG화학-SK이노, 배터리 갈등 배경에 자리한 ‘경쟁’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4.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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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자동차 배터리 핵심 기술을 두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LG화학이 미국에서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자 SK이노베이션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반발하고 나선 것. 주목할 점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최근 LG화학의 최대 고객인 폭스바겐그룹의 미국시장 물량을 수주한 바 있다. 

30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 입사서류 핵심기술 유출 사례.ㅣ사진=LG화학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 입사서류 핵심기술 유출 사례.ㅣ사진=LG화학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동시에 제기한 것. 이같은 LG화학의 요구가 받아드려진다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시장 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핵심인력 76명을 대거로 영입하며 영업비밀을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를 제기했다”며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함에 따른 국익 훼손 우려 등의 관점에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력직원 채용과 경력직의 이동은 처우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며 “법적인 절차를 통해 확실히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양사가 한치도 물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분쟁은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법원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배경에 치열해진 자동차 배터리시장의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폭스바겐그룹으로부터 2022년부터 2029년 미국시장 물량 계약을 맺고 조지아주에 1조1000억원 수준의 배터리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LG화학의 최대 고객사다. 때문에 미국 생산시설을 보유한 만큼 미국시장 공급에 대해서도 유력한 공급 후보로 거론 돼 왔지만 정작 SK이노베이션이 고객을 빼앗긴 것.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과 중국내 자동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검토 중이기도 하다. LG화학 입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영업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으리라는 관측이다. 

실제 LG화학은 최근 실적발표 컨포런스콜에서 “경쟁사가 저가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고객사 일부는 경쟁사의 가격이 공격적인 만큼 가격차이가 크다고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간접적으로 SK이노베이션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강력한 ‘증거개시(Discovery)절차’를 둬 증거 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 시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 양사의 소송과 별개로 글로벌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110조원으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50조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생산설비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점에서 양측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