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부인하는데…롯데카드 인수전 참여설 계속되는 이유는?
우리은행 부인하는데…롯데카드 인수전 참여설 계속되는 이유는?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4.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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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인수금융 주선권 확보 위한 지분투자일뿐"
금융권 "중장기적으로 인수 가능성 있어"
우리은행 사옥 전경/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 사옥 전경/사진제공=우리은행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우리은행이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보도에 난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롯데카드 인수가 아닌 인수금융(대출) 주선권 확보가 목적인 지분 투자인데 우리은행이 주도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과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지분 60%를, 우리은행이 20%를 인수하고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이 보유하는 구조다. 롯데카드 매각대금이 1조5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투자금액은 3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향후 롯데카드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부문 강화에 나선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인수를 통해 카드 계열사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측은 이번 지분 투자가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은 맞지만, 이는 인수금융(대출) 주선권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거다.

만약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최종 인수한다면, 대출을 통해 인수금을 마련하게 된다. 우리은행은 이 대출과 대출에 대한 셀다운(재매각)을 결정할 수 있는 주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투자했다. 주선권을 확보하면 셀다운 수수료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투자한 것은 맞다"면서 "인수금융에 대한 전체 주선권을 따내려면 MBK파트너스와 지분 투자를 같이 해야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롯데카드 인수까지 생각했다면 지주사 차원에서 지분을 투자하거나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옵션으로 걸었을텐데 그런 조항도 없다"며 "현재로서는 롯데가 계속 경영을 하고 우리은행이 대출에 참여하고 MBK파트너스가 배당을 받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지주의 롯데카드 인수설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최근 우리금융이 비은행부문 강화와 계열사 시너지 확대를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초부터 캐피털, 저축은행 등 중소형 금융사는 물론 증권사, 보험사 등 대형 금융사와의 M&A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모습을 갖춰 나갈 것이란 입장을 누누히 밝혀왔다. 이미 우리금융은 이달 중국 안방보험과 동양자산운용 및 ABL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우리금융의 자본비율이 급락했다는 점도 향후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에 따라 자회사 자산에 표준등급법이 적용돼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했다.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면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M&A를 위한 자금 확보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다시 내부등급법을 적용받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금융이 이 때를 대비해 현재는 컨소시엄을 통해 지분투자를 하고 향후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지분을 인수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부담스러우니까 컨소시엄과 같이 참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MBK 컨소시엄에서 롯데카드를 인수한다면 나중에 우리에서 MBK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M&A가 아니라 순수하게 인수금융을 목적으로 지분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아무래도 지분을 갖고 있으면 나중에 인수를 추진하려고 할 때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