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부는 '디지털 인재' 채용 바람
은행권에 부는 '디지털 인재' 채용 바람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4.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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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디지털·ICT 인력 수시채용 도입
우리은행, 채용 부문 디지털·IT 세분화
은행권, 제너럴리스트보단 '디지털' 스페셜리스트 선호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경계가 해체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행권에서도 디지털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디지털화와 혁신금융서비스 발굴이 곧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채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채용에서부터 저마다 새로운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디지털·ICT 인력 수시 채용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디지털·ICT 신한인 채용위크'를 신설해 각 부문별로 필요할 때마다 디지털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특히, 채용 총괄 지휘는 인공지능(AI) 사업을 담당하던 디지털 전문가가 맡는다. 신규 직원들의 디지털·ICT 역량을 검증할 수 있도록 코딩능력평가 등 실습 전형도 새로 도입한다.

이 새로운 채용 방식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철학이 담겼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의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해서는 디지털·IT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진 행장은 지난달 열린 취임식에서도 "과거 은행원들은 상공계 출신을 뽑아서 IT 인력으로 키우는 방식이었지만, 진정한 디지털 기업으로 가려면 IT에 대한 기본적 소향을 갖춘 사람들을 뽑아서 그들을 영업 현장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올해 채용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각 직군별 전문가를 선별하기 위해 올해 채용 부문을 기존 6개에서 9개로 세분화했다. 9개 부문은 ▲디지털 ▲IT ▲IB(투자금융) ▲WM(자산관리) ▲리스크·자금 ▲지역인재 ▲개인금융 ▲기업금융 ▲글로벌 부문 등인데, 이 중 디지털과 IT쪽에 힘을 줬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NH농협금융그룹도 올해 하반기 채용부터 모든 직원에 대한 디지털 역량 평가를 진행한다. 전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농협금융은 IT쪽 지식을 갖춘 인재를 따로 채용해왔다.

이처럼 은행들이 디지털 인재 확보에 나선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디지털화가 은행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와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도 기존의 영업·사고 방식으로는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미 지난해 은행들은 대대적으로 디지털 전환(DT)을 선포하며 금융서비스·인재·조직문화 등 전 부문에서의 디지털화를 이룰 것이란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 여기에는 지점에서 고객과 직접 만나 영업하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수는 1억4656만명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29.6%나 증가한 규모다. 뿐만 아니라 입출금, 자금이체 등 간단한 은행 업무를 처리할 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비중은 전체의 53.2%로 이미 과반수를 넘었다. 1년 전(45.5%)과 비교하면 7.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어플리케이션, 플랫폼 등을 통한 금융 서비스 개발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에 앞으로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인재 확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의 은행권 채용 트렌드는 직무별로 세분화해서 제너럴리스트(다방면에 능통한 인재)보다 스페셜리스트(전문가)를 뽑아 육성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이 스페셜리스트는 결국 디지털, IT 인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