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리뷴] '딜메이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원칙과 소신으로 해결사 역할 자처
[핫트리뷴] '딜메이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원칙과 소신으로 해결사 역할 자처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4.25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굵직한 딜 잇달아 성사시키며 해결사 등극
M&A 과정에 다양한 방식 도입
벤처·중소기업 등 혁신금융기업 육성 강조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구조조정을 성공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KDB산업은행 수장 자리에 오른 이동걸 회장.

세간의 평가를 증명하듯 이 회장은 취임 1년 7개월 만에 금호타이어 매각,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인수합병 등 굵직굵직한 딜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가장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을 교체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대한항공과 항공업계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아시아나항공은 계속된 경영 위기로 31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로 박삼구 전 회장의 애착이 컸지만, 산은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의 압박 전략에 결국 매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앞선 기업들은 그동안 산업은행이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곳들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등장으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는 딜이 성사된 배경으로 이 회장의 구조조정 원칙을 꼽는다. 자금 회수보다 기업 회생이 먼저라는 이 회장의 소신이 딜 참여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대주주 지분 매각뿐 아니라 공동지주사 설립, 스토킹 호스 활용, 영구채 매입 등 각 기업에 따라 다양한 인수·합병(M&A) 방식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우선, 이 회장은 조선업계 지각변동을 불러올 초대형 M&A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중간 지주사를 세우는 방식을 도입했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이 공동으로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세우고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 55.7%를 이곳으로 넘기면 현대중공업이 1대 주주, 산은이 2대 주주가 되는 형태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2대 주주인 산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또 이번 M&A 절차에서 산은은 처음부터 현대중공업과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고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을 택했다. 스토킹 호스는 일종의 수의계약으로 사전에 인수예정자(현대중공업)를 선정한 뒤 공개입찰이 무산될 경우 인수예정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던 삼성중공업이 최종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됐다. 

사전 협의 없이 공개매각 절차에 들어갈 경우 가격 협상, 매각 방식 등을 조율하기 어려워 딜 성사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 회장이 스토킹 호스 방식을 택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판단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유동성 위기에 몰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도 이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만큼은 피하려던 박삼구 전 회장의 마음을 돌리는 데 이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 회사가 발행하는 영구채 5000억원을 우선 매입한다. 또 한도대출(크레딧 라인) 8000억원과 보증한도(스탠드바이 L/C) 3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1년 7개월간 산은의 관리 아래 놓여있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과정을 지켜본 금융권에서는 그를 두고 철저한 원칙주의자와 담판의 대가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연일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 이 회장에게도 대우건설과 현대상선은 큰 숙제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매각 자체가 무산된 탓에 뼈아픈 구조조정 실패 사례로 남아있다. 산은은 지난해 초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를 호반건설에 매각하려고 했지만 대우건설 모로코 사피발전소의 부실이 뒤늦게 드러나 무산됐다.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현대상선도 이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에 대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23일에는 현대상선의 자구 노력이 선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뿐 아니라 벤처·중소기업 등 혁신기업 지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벤처·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산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해왔다. 여기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혁신기업들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대기업 의존적인 현재의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철학이 담겼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혁신성장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서 쌓아온 벤처·기술금융 노하우와 새로운 심사체계를 통해 혁신기업들의 아이디어와 기술, 가능성을 평가하고 CB, IB, 투자유치 지원과 같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이 회장의 생각을 구현하는 것이 바로 KDB넥스트라운드다. KDB넥스트라운드는 유망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게 투자유치 기회를 주고 투자자에게는 우량 투자처 발굴의 기회를 제공하는 산은 주관 벤처투자 플랫폼이다. 2016년 출범 후 지난해 말까지 215개 라운드를 개최했고, 총 738개 혁신기업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중 129개 기업이 약 7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 이 회장은 혁신금융 발전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할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25일 출범시킨다. 구조조정은 자회사가 전담하고 산은은 혁신금융기업 육성 업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7월 만료된다. 남은 1년 3개월 동안 이 회장이 내놓을 구조조정 및 혁신금융 성과에 금융권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음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프로필이다.

▲1953년생(67세) ▲1972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77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4년 미 예일대 금융경제학 박사 ▲1994~1998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1997년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 ▲1998~1999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1999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1999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2000~2003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3~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2004~2007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7~2009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2009~2013년 한림대학교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2013~2017년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 ▲2017년 9월~ KDB산업은행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