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깐깐해진 회계처리②] 연구개발은 혁신·성장의 묘약? 독약?
[제약·바이오, 깐깐해진 회계처리②] 연구개발은 혁신·성장의 묘약? 독약?
  • 전지현
  • 승인 2019.04.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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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되지 않은 신약개발, '자산→비용' 처리에 수익성 '뚝'·투명성 '쑥'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 코스닥 줄기세포기업인 차바이오텍은 지난 2017년 영업이익 1억원이 영업손실 67억원으로 정정공시했다. 2017년까지 8년간 연구개발(R&D)비용을 무리하게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데 대해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지난 2016년과 2017년 무형자산은 각각 144억원에서 9억원, 54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었다.

#.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8월 연구배발비와 관련된 실적 정정 공시를 통해 무형자산 규모를 종전 492억원에서 81억원 수정했다. 임상3상 이후에 발생한 지출 중 정부승인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만을 무형자산으로, 그 전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경상연구개발비로 인식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과대계상해 '경고'를 받은 기업은 10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지난해 연구개발비 상당부분을 무형자산화하던 회계처리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보수적인 외부감사를 진행하게 됐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그동안 연구개발(R&D)비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많았다. 보통 연구개발비는 회계적으로 비용과 자산으로 나눠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임상 3상 이후 정부 판매 허가가 나면 그때 R&D 비용을 자산화한다. 수익이 현실화되지 않은 만큼 신약개발의 미래가치를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다.

◆0.01% 확률에 건 신약성공의 꿈, '하늘의 별 따기' 향한 막대한 투자

그렇다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그간 왜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했던 것일까. 이는 신약성공 확률 때문이다. 신약 개발의 첫 단계인 후보물질 탐색부터 마지막 신약 승인까지 성공가능성은 평균 0.01%. 통상 5000~1만개 후보물질 가운데 최종 신약승인 관문을 통과하는 약물은 단 한개로,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연구개발 시간은 15년 이상, 투자 자금은 1~3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실제 휴미라(자가면역질환치료제), 란투스(당뇨병치료제), 소발디(C형 간염치료제), 아빌리파이(조현병치료제) 등과 같은 '블록버스터 약물' 연 매출액은 각각 10조가 넘는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설정해 온 것도 지나친 실적 악화에 따르는 자금 조달 문제 등을 우려해서다.

기술 수출이나 제품개발에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 만큼, 신약개발 과정에서 규모가 작은 국내 중소제약기업들은 비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도에 신약기술을 수출하거나 공동개발을 맺는 전략을 취했다.

문제는 신약이 성공하기도 전에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면, 회계상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자산규모가 확대돼, 우량기업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모두 비용 처리하면, 영업손실이 커져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제품 개발이 실패할 경우다. 제품 개발이 한번에 비용으로 처리되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돼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개발비 계도조치, 2018년 회계연도로 종료...올해 지적 가능성 'UP'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초 제약바이오기업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해석하는 데 대한 테마감리에 착수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제약바이오기업의 R&D 비용에 대해 '신약의 경우 3상 개시 승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은 임상 1상 개시 승인'이란 자산화 처리가능 지침을 내놨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계도조치는 2018년 회계연도로 종료된다. 올해부터 발생될 오류사항 지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회계전문가들은 올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비 인식과 회계처리프로세스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병진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오류사항에 대한 감독당국의 개별 회계처리 지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특히 신약 개발 등 대규모 지출과 함께 장기간 소요되는 프로젝트가 존재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 회계처리를 위한 회계정책 수립 및 내부통제 정비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기술적 실현가능성(최계정책수립으로 자산화가능 단계에 대한 구체적 제시)▲원가측정의 신뢰성 확보(비용인식 및 자산화 프로세스 수립) ▲상업화가능성 확인 및 손상평가(자산성 판단 및 손상평가 프로세스 수립) ▲공시사항 관리(임상단계별 비용·자산·손상평가) 등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에 대비해 연구개발비 관련 위험통제평가(RCM: Risk and Controls Matrix), 흐름도(flow chart), 설계평가, 테스트 템플릿 등도 문서화해 프로세스에 대한 통제절차 정비 또는 신설을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