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깐깐해진 회계처리①] 무더기 실적 정정 사태 막으려면…수익 인식 기준부터 수립해라
[제약·바이오, 깐깐해진 회계처리①] 무더기 실적 정정 사태 막으려면…수익 인식 기준부터 수립해라
  • 전지현
  • 승인 2019.04.25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新)외감법'으로 증가된 회계리스크...철저히 준비해야 리스크 '제로'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제약·바이오기업은 회계정책 수립과 내부통제정비가 요구된다. 회계처리 프로세스 정비를 준비해야 한다." 조병진 삼일회계법인 이사의 말이다.

조 이사는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진행된 '개정 외부감사법 설명회'를 통해 강화되는 내부회계기준에 맞춰 프로세스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23일 오후 2시 회원사를 대상으로 '개정 외부감사법 설명회'를 진행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23일 오후 2시 회원사를 대상으로 '개정 외부감사법 설명회'를 진행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신(新)외감법'으로 불리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면서 제약바이오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신외감법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배경으로 탄생한 제도다. 회계투명성을 위해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책임도 강화한 것이 골자다.

신외감법 적용으로 내부 회계관리를 외부감사인 검토에서 감사로 수준을 올리고, 경영진이 선임했던 감사인을 감사위원회에서 선임하며 표준감사시간 도입과 감사인 지정제도로 감사인 독립성도 높였다.

◆'新외감법'으로 증가된 회계리스크, 무더기 실적 정정 사태 초래

그러나 외감법이 엄격해지면서 기업들의 회계리스크가 증가했다. 경남제약은 지난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다가 1년의 유예기간을 받으면서 공개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상장유지'를 위해 투명한 최대주주 변경으로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올해 초 다수의 제약사들은 실적을 변경해 다시 올리는 상황도 연출됐다. 신외감법으로 회계처리를 무더기로 정정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앞서 발표했던 지난해 95억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이 정정 후 6억2252만원 적자로 전환됐고, 당기순손실은 53억원에서 154억원으로 확대됐다.

동아에스티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 23억원과 당기순손실 40억원에서 정정 후 각각 176억원, 208억원으로 증가됐고, 경동제약은 외부감사 이후 영업이익이 120억원 가량 줄었다. 유유제약은 정정 전 350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476억원으로 늘었다.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개발, 기술수출 수익 인식 기준 설정이 '관건'

#.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표적항암제(성분명 올무티닙) 7억3000만 달러(약 8200억원, 계약금+마일스톤 등)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켜, 대다수 언론들은 '잭팟'이란 표현이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 측은 이듬해 돌연 개발을 포기했다. 한미약품이 계약을 통해 번 돈은 총계약금 10분의 1에 해당하는 750억원 수준이었다.

최근엔 다국적 제약사 릴리에 기술수출한 면역질환 치료제 'BTK 억제제'(프로젝트명 HM71224)도 수출 계약이 무산됐다. 한미약품은 릴리와 계약한 최대 7억6500만 달러(약 8600억원) 중 계약금 5300만달러(약 600억원)만을 손에 쥐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기술수출은 2015년 한미약품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폐암 치료제를 비롯해 6건의 기술수출을 진행한 이후 같은 해 CJ헬스케어, 보령제약, 일양약품 등이 대열에 합류하며 본격화됐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은 개발목표를 설정한 후 신물질의 설계와 합성, 효능 연구를 반복해 개발후보물질을 선정하는 단계에서 시작된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개발대상 물질이 선정되면 동물을 상대로 부작용과 독성을 테스트하는 ‘전임상(비임상)’ 단계에 들어가고, 임상 1상(100명 이내 건강한 사람 대상)·2상(100~200명의 소규모 환자 대상)·3상(수백·수천명의 대규모 환자 대상) 등 총 4단계에 걸친 실험을 거친다.

신약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3상에 성공하면 신약 허가 신청을 한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15년이 소요된다. 기술이전은 대부분 신약의 임상시험 초기 단계에서 기술판매 계약을 체결한 뒤 결과가 진척될 때마다 수익을 받는 '마일스톤(개발단계별 기술료) 방식'을 적용한다.

따라서 신약을 기술수출하더라도 임상실험이 성공하지 못하거나 판매허가를 받지못하면 돈을 받지 못한다.

문제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 기술수출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지난해 신약 기술수출 규모는 약 5조3000억원(12건)으로, 2017년 1조3955억원(8건)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중이거나 개발 예정인 신약은 현재 개발중인 신약 573개와 10년내 개발 계획이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 380개를 합쳐 총 953개. 국내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기술 규모가 급성장하고 대기중인 제품도 많은 만큼 신외감법에 맞춘 업계 전방위적인 제도적 대응이 필수가 된 셈이다.

◆단계별로 받는 기술료 수익, 인식 시점·기간에 따른 회계처리 기준 수립 '필수'

회계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향후 신약 개발 등과 관련해 발생가능한 이슈 중 하나로 '수익 인식'을 꼽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회계정책수립 및 내부통제 정비가 요구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에 있어 구체적으로 예상되는 이슈는 ▲업프론트(최초 기술료 선급금)의 경우 수익 인식 시점과 기간 ▲마일스톤의 경우 달성 조건 검토와 인식 관련 회계처리 ▲로열티(경상기술료) 등의 수익 개시시점과 인식기간 ▲개발비 분담 시 지급회사와 수령회사간 R&D 비용 등이다.

이를 위해 조병진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서비스 형태로 수익을 창출할 경우 회계 정책 또는 메뉴얼을 작성해 문서로 관리하는 등의 수익인식 기준 수립이 필요하다"며 "계약분석, 계약 변경 관리, 회계처리 검토 등 관련 내부회계 프로세스 정립 등과 같은 준비가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센싱 계약 등 비정형화된 형태의 수익 거래가 있을 경우에는 프로세스 신설에 앞서 문서화된 회계정책을 수립하는 등의 내부 통제 프로세스 수립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용범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회사가 감사인에게 재무제표 대리작성 혹은 회계처리 자문 행위가 금지되고 이를 어길시 회사 임직원 및 감사위원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내려지는 등 감사인 책임과 업무수행이사의 성명도 기재하는 등 외부 감사 실효성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약바이오업계는 별도기준 자산이 2조원 이상 기업에만 적용되는 현재 해당기업이 많지 않다"면서도 "2023년부터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상장사에 적용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