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취임…KCGI 분쟁·상속세 과제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취임…KCGI 분쟁·상속세 과제로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4.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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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한진가(家) 3세 시대가 개막했다. 부친인 조양호 회장의 장례를 마친지 일주일만이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3세 체제로 빠르게 개편될 전망이다. 다만 조원태 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24일 오후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이사회를 갖고 조원태 회장 선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별도의 취임행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조원태 신임 회장의 선임은 고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그룹 창업 정신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계승·발전시키고, 한진그룹 비전 달성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한진칼은 이날 조양호·석태수 대표이사 체제에서 조원태·석태수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미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의 사장, 한진칼의 등기임원을 지내왔던 만큼 3세 체제는 큰 무리 없이 자리잡을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ㅣ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ㅣ사진=한진그룹

다만 조원태 회장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가장 큰 숙제는 행동주의 펀드 KCGI다. KCGI는 이날 공시를 통해 한진칼의 지분 2.18%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조양호 회장 타계 이후 첫 지분 매집이다. 이로서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4.98%에 달한다.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한진가 오너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95%에 불과해 사실상 지분격차는 2배 이내로 좁혀졌다. 한진칼에서 소액주주의 지분은 45.09%에 달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를 설득할 수 있다면 한진칼의 경영권은 언제든지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한진칼은 지난달 주주총회 당시 KCGI가 주주제안 의안을 상정할 자격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표대결을 막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당시 법원은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한지 6개월이 안됐기 때문에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의 지분을 늘려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의 지분 17.84%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2000억원이 넘는 상속세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남매들이 5년에 걸쳐 분납을 하더라도 연간 340억원이 넘는 규모다. 

이 때문에 조원태 회장 일가가 이 상속세를 한진칼의 지분으로 내는 상황이 될 경우 오너일가의 지분 감소에 따른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결국 KCGI와의 경영권 분쟁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다른 기업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3세에 대한 지분증여가 적었던 곳”이라며 “KCGI와의 갈등과 얽혀 있는 상속세 문제는 한진그룹 3세에 대한 첫 시험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