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빅딜] 박삼구의 '읍참마속'…10년만에 또다시 퇴진
[아시아나 빅딜] 박삼구의 '읍참마속'…10년만에 또다시 퇴진
  • 이연춘
  • 승인 2019.04.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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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달 말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데 이어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재벌 총수로서의 위상은 모두 잃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은 박 회장으로서는 읍참마속의 선택으로 읽힌다.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서라도 현재의 급박한 불을 끄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2009년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사이가 틀어지며 이른바 형제의 갈등을 빚다 동반 퇴진한 이후 10년만에 또다시 경영에서 완전 물러났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매각을 결정했다"며 "면목 없고 민망한 마음"이라고 임직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우건설 인수서 시작된 '형제의 난'

박 회장의 퇴진은 부실경영을 자초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이어진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의 뿌리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인수합병(M&A)을 경제사에서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로 꼽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대한통운 인수와 매각, 대우건설 매각,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의 워크아웃 및 자율협약 추진 등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어려움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자금줄로 삼다가 결국 아시아나마저 어려움에 빠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동시에 형제의 난이 벌어지는 계기가 됐다. 박 전 회장이 당시 건설사 1위인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풋백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조건으로 3조원을 마련하면서다.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에 반대하자, 박삼구 전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사들이면서 형제간 전쟁이 시작됐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와 대우건설 풋백옵션 여파로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서 형제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각각 2009년과 2010년 재매각, 일부 계열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금호타이어는 중국기업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은 2009년 7월 동생을 대표자리에서 해임하고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퇴진했다. 이후 두 사람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현재까지 민‧형사상 소송은 진행중이고,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은 완전히 쪼개졌다.

이 가운데 박삼구 전 회장은 구설수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면서 '오너 리스크'가 됐다.

◆"또 경영 복귀한다면…시장 신뢰 얻기 어려울 것"

박 전 회장은 2009년 박찬구 회장과 갈등을 빚다 동반 퇴진한 뒤 2015년 그룹 재건을 선언하며 경영에 복귀한 바 있다.

다만 10년만에 데자뷔가 된 박 회장의 이번 퇴진엔 출구가 없어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 "과거에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퇴진했다가 복귀했는데 이번에도 다시 그러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퇴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판단이다. 지난 2009년에도 금호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박 회장은 이에 책임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10년 다시 복귀했다.

최 위원장은 "어떤 자구안이 실현 가능하며 시장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회사와 채권단이 논의할 문제"라며 "확실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채권단도 지원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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