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이란제재 강화'는 유가 안정 위한 미국의 큰그림?
'대(對)이란제재 강화'는 유가 안정 위한 미국의 큰그림?
  • 김수향 기자
  • 승인 2019.04.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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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제재 강화로 OPEC+ 원유생산 증가 가능성 높아져
대규모 인프라 투자 기대감↑, 건설·기계·조선 등 수혜 전망

[비즈트리뷴=김수향 기자]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강화가 장기적인 유가안정을 위한 미국의 큰 그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가 상황은 6월 이후까지 지켜보며 사업 부문이 확실한 업종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란 제재 강화로 발생하는 유가 변동성에 대해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나, 장기적으로는 유가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불안정해질 수는 있어도 급등이 장기화 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원유 생산은 OPEC내에서 9% 수준이며, 글로벌 내에서 3% 수준이다. 석유 수출도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이란 원유 생산량은 일간 270만 배럴 수준으로, 제재 이전 대비 40%가량 감소한 상황이며, 원유 수출 또한 제재 이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공급량이 감소해도 유가 급등이 장기화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안정화의 분기점은 6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수준 유가부터는 미국 정부가 유가 안정화 의지를 표명하기 시작한 사례가 있으며, 하반기에는 미국산 원유의 생산량 확대 요인이 재차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며 “5월과 6월 예정된 OPEC+ 회의에서는 원유의 추가 감산에 대한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사우디와 UAE 등이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유가 상승을 제한시키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1월 이후 OPEC 전체 생산량이 일간 276만 배럴이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3월 기준 일간 130만 배럴을 수출하는 이란의 수출량이 제로(0)로 급감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 유예 조치가 전면 중단됨에 따라 유가의 단기 오버슈팅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의 이와 같은 선택에 대해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미국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간의 암묵적인 딜은 이미 성사됐으며 제재 이행 여부(5월 3일부)를 확인할 것이다. 이후 JMMC 회의(5월 19일)에서 감산 조정(증산) 논의는 본격화 할 것이며, 유가는 이를 전후로 다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카드가 있지만, 이는 미국의 군사적인 대응이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움직임을 단행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개별 업종별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대규모 인프라 투자 기대감이 높은 건설, 기계, 조선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으로 보았다. 반면 원가 부담으로 화학, 항공 등 운송 업종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본격적인 업황 반등은 유가의 하락 반전이 나타날 6월 이후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며 “단기적으로는 성장성이 확실한 사업부문을 보유한 업체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기에 전지의 LG화학, 태양광의 한화케미칼을 톱픽(Top-picks)으로 지속 추천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는 한시적 조건으로 이란산 원유를 사용했던 8개국(일본, 중국, 인도, 한국 등)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기존 연장 시점인 다음달 2일 이후에는 모든 국가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 제재 강화 방침이 알려지며 유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WTI 가격은 배럴당 65.7달러로 전일 대비 2.7% 상승해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두바이 현물 가격의 경우 배럴당 72.8달러로 3.4%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