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인수戰] '15조 딜' 본입찰 5월로…누가 새 주인될까
[넥슨 인수戰] '15조 딜' 본입찰 5월로…누가 새 주인될까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4.23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최근 김정주 NXC 대표가 미국 '월트 디즈니 컴퍼니(The Walt Disney Company, 이하 디즈니)'에 넥슨 인수를 타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넥슨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넥슨의 본입찰은 당초 이달 중순경으로 예상됐지만, 구체적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다음 달 15일로 미뤄졌다. 오는 5월 중 본입찰 등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르면 상반기 내에 넥슨의 새로운 주인이 가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견해가 나온다.
 
김정주 NXC 대표
김정주 NXC 대표
김정주, 넥슨지분 98% 전량 매각…희망가 '15조원' 규모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월 넥슨지분 98% 전량을 매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 대표는 "넥슨을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숙고 중에 있다"며 "방안이 구체적으로 정돈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NXC 지분을 매물로 내놓은 이후 넥슨의 성적이 부진한 게임을 정리하고 이를 대체할 신작을 내놓는 등 넥슨 몸값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바일 '히트',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 등 인기가 적은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고, '스피릿위시', '린 : 더 라이트브링어',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M' 등 새 게임을 여럿 내놨다. 여기에 3년간 개발 비용만 100억원을 투입한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트라하'도 지난 18일 선보였다.

김 대표의 넥슨 매각 희망가는 넥슨재팬 주당 2000엔(한화 약 2만원) 선으로, 넥슨의 매각 규모는 약 15조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매각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일각에선 '분리매각설'도 거론된다.
 
넥슨의 지배구조는 '김 대표→NXC→넥슨 일본 법인→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데, 넥슨코리아 산하에는 굵직한 히트작들을 보유하고 있는 넥슨지티(GT), 넷게임즈, 네오플 등 10여개의 자회사가 있다.

게임 계열사 분리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가 게임 분야만 분리 매각에 나선다면 넥슨 인수 경쟁은 한층 심화될 것이고, 게임과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계열사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없어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분리매각설 소식이 전해지자 넥슨지티, 와이제이엠게임즈, 넷게임즈 등 넥슨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며 상승하기도 했다.
 
"돈 끌어 모아라"…예비 입찰 후보, 파트너 찾기 나서
 
현재 예비 입찰을 거쳐 확정된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는 카카오, 텐센트, 넷마블(MBK파트너스 컨소시엄), 베인캐피털 등과 해외 사모펀드(PEF) 1곳 정도다. 워낙 규모가 큰 거래인 만큼, 독자 인수보다는 합종연횡을 통한 컨소시엄 구성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주요 후보로 꼽히는 카카오와 넷마블은 현재 보유 현금이 2조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의 경우 인수금액 상당 부분을 MBK파트너스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MBK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MBK는 과거 유선방송 업체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떠안은 상태여서, 마음 놓고 넷마블을 지원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도 현금 보유량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외부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누가 중국 텐센트를 등에 업을 것인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거론된다.
 
넥슨 판교 사옥 전경|연합뉴스 제공
넥슨 판교 사옥 전경|연합뉴스 제공
텐센트는 최근 6조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는 실탄 준비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을 경계하듯 '차환용'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일각에선 직접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이번 인수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 주요 게임을 중국 내 퍼블리싱 하고 있는 게 텐센트"라며 "텐센트와 얼마나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가 인수 성공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텐센트가 넷마블, 카카오의 지분을 각각 17.7%, 6.7%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인 넷마블, 카카오가 인수를 성공한다 하더라도 텐센트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선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가장 시너지가 기대되는 업체는 넷마블이다. 넷마블이 넥슨을 손에 넣게 된다면, 양사의 주력 분야인 '넷마블-모바일', '넥슨-온라인'의 '투트랙' 전략을 통해 명실상부 국내 1위 초대형 게임 개발·퍼블리셔가 탄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김 대표가 디즈니 측 고위 관계자에게 넥슨 인수를 제안한 것에 대해, 아직까지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만약, 디즈니가 넥슨 인수 대열에 참여하게 된다면 인수 경쟁에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