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패스트트랙' 극적 합의…한국당, 초강경 대응 예고
'선거제 패스트트랙' 극적 합의…한국당, 초강경 대응 예고
  • 구남영 기자
  • 승인 2019.04.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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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비즈트리뷴=구남영기자]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등 개혁법안을 함께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처리하는 방안에 22일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을 통해 패스트트랙 처리 방안에 도장을 찍었다.

   
이번 합의의 골자는 연동률 50%를 적용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과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한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린다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달 정치개혁특별위원회 4당 합의안을 바탕으로 미세 조정만 거치기로 했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에서 기소권을 빼야 한다는 바른미래당과,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민주당이 한 걸음씩 물러나 합의안을 마련했다.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지 않되,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고위직 경찰 관련 사건에는 예외적으로 기소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여온 공수처장 추천에 대해서도 여야 위원을 각 두명씩 배정하고, 위원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천된 2명 중 대통령이 지정한 1인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접점을 찾았다.

   
여야 4당의 이날 극적 합의는 패스트트랙의 '골든 타임'을 지켜냈다는 의미가 있다.

   
4당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담은대로 오는 25일 사개특위와 정개특위에서 관련 법안 패스트트랙 적용이 시작되면 법안의 본회의 자동 상정까지는 최장 330일이 걸린다. 내년 3월 20일께다.

   
국회의장의 결정에 따라 법안 상정 시기를 최대 60일 앞당길 수 있고,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날짜를 단축할 여지는 남아있다.

   
그러나 이런 여지를 삭제하고 3월 중순에야 선거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극한 상황'을 가정한다면 내년 4월 15일 총선에 선거법 개정안을 적용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이번주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실무 준비와 각 당의 총선 대비를 위해서는 새 선거법이 총선 한달 전 적용되는 지금의 타임라인도 지나치게 빠듯한데, 이보다 더 늦어졌다면 현실적으로 새 선거법 적용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내홍이 날로 격화하고 있고,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사실상 이번주를 넘기면 패스트트랙 합의는 동력을 잃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이 때문에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처리를 위한 '마지노선'을 밟고 이날 합의를 이뤄냈다.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 합의는 지난해 말 야 3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의 강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요구에서 시작됐다.

   
야 3당은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 개혁'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열흘간 단식투쟁까지 불사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선거제 개혁법안 개정과 동시에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에 착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선거제 개혁안은 여야 5당의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그러나 공을 넘겨받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는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각 당, 특히 민주당 내부 이견이 치열해 좀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합의 방안이 도출되지 않았고 이대로 선거제 개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야 4당은 3개월간 진통을 겪은 끝에 간신히 선거제 개혁 합의안을 마련했다.

   
국회의원 정수를 지역구 의석 225석, 비례대표 의석 75석 등 300석으로 고정하되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정당별 최종 비례대표 의석은 권역별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야 4당의 합의안에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제를 아예 폐지하고 지역구 의원만 270명 선출해 의원정수를 줄이는 내용의 자체 선거법 개정안으로 맞불을 놨다.

   
여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한국당 안에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한국당의 협조 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 처리를 위해 패스트트랙이라는 '고육지책'을 짜냈다.

   
선거제 개혁안으로 의석수를 손해 보게 된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선거제 개혁이 절실한 야 3당과 공수처법 등 개혁법안 처리가 시급한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순조롭게 흘러갈 줄 알았던 이 방안은 바른미래당 내부의 반발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바른미래당 일각에서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의미가 없다며 맞섰다.

   
지루한 대치 끝에 여야 4당은 실무선에서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고위직 경찰 관련 사건에만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접점을 마련했다.

   
바른미래당이 이 방안을 추인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연 상황에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실무 합의 사실을 부인하면서 바른미래당 의총이 깨지는 등 난관이 이어졌다.

   
그러나 여야 4당은 결국 실무선에서 마련한 이 방안을 원내대표 간 테이블에 올려 합의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각 당 내부 추인이 필요해 아직 남은 고비가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기소권을 일부 양보하는 것은 공수처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는 강한 반발이 있고,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기소권 부여를 떠나 패스트트랙 자체에 대한 불만이 크다.

   
합의문에 도장을 찍은 각 당 원내대표들이 당내 불만을 잠재우고 추인을 받아내야만 패스트트랙 처리가 실제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내일 긴급 의원총회 열고 '국회 보이콧' 등 대응 방안 논의

자유한국당이 22일 한국당 제외 여야 4당의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에 대해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를 한국당을 '겁박'하는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국회 일정 전면 거부 등을 포함한 총력투쟁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4당의 합의 발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선거제와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의회 민주주의가 조종을 울렸다고 생각한다"며 "선거제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것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씀하신 21대 국회 260석을 위해 실질적인 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좌파 장기 집권 플랜이 시동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의회 민주주의를 그만하겠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저희는 앞으로 패스트트랙 모든 움직임에 대해 철저히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23일 오전 10시 대책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열겠다며 총소집령을 내렸다.

   
나 원내대표는 문자를 통해 "금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한다"며 "비상상황임을 감안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한국당을 제외한 패스트트랙 합의는 "의회·자유 민주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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