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리스크에 떠는 車업계…위기에도 더 커지는 요구들
노조 리스크에 떠는 車업계…위기에도 더 커지는 요구들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4.19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노동조합 리스크에 떨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면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도 노조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완성차 업계에서 노사 갈등을 겪지 않는 곳은 쌍용차가 유일한 상황이다. 

1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는 노사 갈등에 대한 우려가 물씬 커지는 중이다. 

가장 상황이 안좋은 곳은 르노삼성자동차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60차례, 242시간 파업을 진행한 상황이다. 그 피해액만 2500억원 규모다. 협력사의 피해는 더욱 크다. 부품 주문이 끊기면서 부산지역의 협력사들은 고스란히 고사위기에 빠졌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최근 오거돈 부산시장을 만나 “르노삼성자동차는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한국 시장에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ㅣ사진=르노삼성
부분 파업으로 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ㅣ사진=르노삼성

하지만 지난 18일 2시간이 넘게 진행된 26차 교섭에도 양측의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서 사태는 장기화되는 중이다. 르노삼성은 오는 29일부터 4일간 부산공장을 가동중단(셧다운)하기로 하면서 노조와 맞서는 중이다. 

최근 노조는 기본급 인상안이 변동급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받아드려지자 인사경영권을 요구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작업 전환배치시 노조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 이는 사측으로서는 받아드리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GM도 파업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최근까지 법인분리 등으로 노사 갈등을 겪던 한국GM은 법인분리로 설립된 GM테크니컬센터 코리아의 단체협약 승계 문제를 두고 또 다시 맞서는 중이다. 

노조 측이 기존 단체협약 승계를 주장한 반면 사 측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에 대한 조정중지를 결정한 상황. 노조가 찬반투표를 통해 쟁의행위에 찬성할 경우 한국GM 내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 건은 노조 측에서 제기한 단체협약 승계 가처분소송이 기각됐다는 점에서 회사측의 양보를 이끌어낼지 아직 미지수다. 

현대·기아차도 노조로 인해 골치를 앓는 것은 비슷한 처지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2025년까지 조합원 1만7500명이 정년퇴직할 예정인데, 정규직 충원이 없으면 청년들은 희망과 비전이 없는 사회에 살게 될 것”이라며 “정규직 1만명 충원 요구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향후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면 상당한 일자리 감소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음에도 1만명의 충원을 요구한 것이다. 

현대차가 R&D 투자를 위해 내부 인력을 줄여도 모자를 판에 1만명의 정규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기아차 노조는 미국 전용 모델인 대형 SUV ‘텔루라이드’와 인도 신규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 ‘SP2’를 국내에서 생산하라는 요구를 정기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올렸다. 국내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해외생산 물량을 국내로 돌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이 안건이 그대로 노조의 의결을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최근 국내 완성차의 판매가 주춤한 상황에서 사측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국내 완성차 업계의 올해 1분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상황이다. 쌍용차의 판매량이 유일하게 두자리 수 성장한 반면 다른 브랜드는 전년대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판매·생산이 전년대비 성장한 곳은 쌍용차가 유일한 상황”이라며 “올해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노사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면서 자동차 시장의 리스크가 돼 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