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SKT 박정호號] 2년간 M&A 1조원 '통큰 베팅'…초(超) ICT기업 향해
['닥공' SKT 박정호號] 2년간 M&A 1조원 '통큰 베팅'…초(超) ICT기업 향해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4.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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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닥공(닥치고 공격)'.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승부사적 경영행보를 두고 관련업계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백년대계를 위해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 통신기업에서 벗어나 이른바 '초(超) ICT기업'을 미래의 그림으로 내걸었기 때문. 국내외를 넘나드는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MOU)를 맺어가며 종횡무진 뛰고 있는 박 사장. 그가 2년간 M&A에 베팅한 뭉칫돈만 1조원에 달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SKT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SKT 제공
18일 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의 승부사 기질은 과거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 위기론으로 허덕이던 시절, 과감히 인수를 추진하면서부터 보여왔다. 안팎의 우려를 무릎쓰고 순손실을 기록하던 SK하이닉스의 인수를 주도한 것이 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최대 흑자를 기록했고, SK그룹의 황금포트폴리오 핵심회사로 자리잡았다.
 
박 사장은 2017년 1월 SK텔레콤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미디어·K콘텐츠·보안 등 여러 분야에 공격적인 M&A를 추진하면서 종합ICT 기업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단적으로 박 사장이 취임 이후 추진한 M&A 내용을 보면 지난 2년간 관련 분야에 약 1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자했다.

실제로 박 사장은 2017년 7월 SM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사업에 협력하기 위해 상호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SK텔레콤은 65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SM C&C의 2대 주주, SM엔터테인먼트는 아이리버의 2대 주주가 됐다. 비슷한 시기에 SK텔레콤이 일찍이 인수한 아이리버에도 25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5G시대를 대비해 이통사업에 보탬이 될 스위스 양자암호통신기업 'IDQ'를 700억원에, 보안사업부문 덩치를 불리기 위해 'ADT캡스'를 7020억원에 각각 인수했다. 올해에는 특히 콘텐츠 확보를 위해 가수 싸이가 운영하는 '피네이션'에 50억원을, 디지털 광고시장 대응을 위해 '인크로스'에 535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지상파3사와 추진하는 통합 OTT플랫폼에는 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상태다.

이처럼 박 사장은 여러 차례 굵직한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업계에선 박 사장이 '초(超)ICT'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면서 '앞서간다'라는 기업 이미지를 확보하고, 그에 걸맞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는 인수합병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는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 1월에는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 방송 그룹'과 약 370억원 규모의 JV(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했으며, 지난 'MWC19'에선 컴캐스트 그룹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컴캐스트 스펙타코어'와 e스포츠 게임 공동 사업을 위한 JV 설립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증강현실(AR) 글래스기기 기업인 미국의 '매직리프', 포켓몬Go로 유명한 AR콘텐츠기업 '나이언틱(Niantic)'과 제휴를 맺었다는 사실을 밝혀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같은 박 사장의 협력을 기반한 경영 전략은 5G 시대에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향후에도 5G 시대를 맞아 SK텔레콤이 보유한 핵심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외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전경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전경
박 사장의 업종을 뛰어 넘는 행보에 망설임은 없었다. 과감한 M&A, 하지만 한편으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갖는 것. SK텔레콤이 종합ICT기업으로서의 방점을 찍을 수 있었던 이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시대에서 종합ICT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 칼을 겨누는 대신, 협업을 통해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을 전략으로 삼은 것 같다"며 "이같은 방식은 각사의 특화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