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회장님들 법원행에 뒤숭숭한 식품업계
[기자들의 팩자타] 회장님들 법원행에 뒤숭숭한 식품업계
  • 전지현
  • 승인 2019.04.18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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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아도 위축되는 삼양식품…기업 존폐까지 걱정하는 원앤원·MP그룹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식품업계는 꽃피는 계절, 봄 기운을 만끽할 여유가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법정을 오가는 총수일가들로 뒤숭숭하기 때문이죠. 총수일가의 재판을 앞두거나 진행중인 식품기업들. 유무죄를 떠나 회사의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위축된 모습입니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 삼양식품.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 삼양식품.

삼양식품의 상황을 볼까요. 

삼양식품 총수는 현재 경영비리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2심 공판에 돌입한 상태이죠.

이 회사의 전인장(사진) 회장은 지난 1월, 50억원대 횡령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습니다. 그의 부인 김정수 사장도 같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80시간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이들 부부는 지난 3월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등기이사직 제외'(안건 상정)란 수모도 겪었죠. 이날 주총의 표대결은 결국 무산되면서 이들 부부는 현재의 자리를 지켜내긴 했습니다. 

전 회장 부부는 지난 4일부터 검찰 측 항소로 2심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전 회장은 최근(지난 14일)에는 탈세혐의로 검찰수사마저 받게 됐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이죠.

◆총수, 비리혐의로 회사는 몸살

물론 총수일가에 대한 재판이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실적은 향상되는 호재도 있었습니다. 

실제 라면업계 만년 3위에 머물던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흥행에 2년여 전부터 독보적인 실적향상이란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2015년 2909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4500억원을 넘어서더니 지난해 4700억원으로 올라섰습니다. 영업이익은 더욱 눈부십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 영업이익은 71억원에서 552억원으로 770% 껑충 뛰었죠.

삼양식품과는 달리 총수일가가 법원을 오가면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이 흔들리는 곳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원할머니 보쌈'으로 유명한 원앤원과 '미스터피자'로 잘 알려진 MP그룹입니다.

박천희 원앤원 대표는 상표권 문제로,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은 횡령 및 배임과 부당지원행위의 혐의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 원앤원 대표는 항소심에서 1심 보다 형이 가중됐습니다. 회사 상표권을 개인 명의로 등록해 20억원 이상 로열티를 챙긴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는 지난 12일 진행된 항소심에서 추가 유죄가 인정되면서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받았습니다. 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받았었죠.

'치즈통행세' 논란을 일으켰던 정 전 MP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현재 2심 재판 중에 있습니다.

문제는 총수 리스크 영향에 이들 두 회사의 경영은 현재 안갯속이라는 겁니다.

수년간 한해 740억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던 원앤원은 총수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2018년 693억원의 매출로 곤두박질했고, 영업이익은 2016년 19억원에서 지난해 4000만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총수 리스크에 발목잡힌 프랜차이즈

MP그룹 상황은 더 심각한데요. 정 전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뗐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부터 4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 전 회장의 횡령혐의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죠. MP그룹은 19일까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것을 지시받았고, 다음달 중순경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정이슈에 얽힌 총수일가와 적극적으로 선긋기를 하는 업체도 눈에 띕니다. 남양유업의 이야기인데요.

이 회사는 상습 마약 투약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 사건이 발생하자, 즉각 "회사와 전혀 관련없는 인물"이란 반박을 내놨습니다.

다른 업체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장수막걸리 제조사인 서울탁주는 가수 로이킴이 이른바 '승리 단톡방' 멤버로 지목되자 사내 영향력 없는 일반 주주라는 입장을 내세웠죠.

식품기업들은 소비자들과 가장 밀접한 업군입니다. 그래서 총수일가의 범법적, 비윤리적 행위 등의 부정적 이슈는 경영상 직격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수 리스크가 결국 제품경쟁력마저 깎아먹는 경영상 위기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겁니다.

총수일가의 부정이슈가 발생한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거래선이나 가맹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총수가 곧 회사의 얼굴인 한국의 경영현실에선 임직원들로서도 대외활동이 위축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식품업계 총수일가의 부정이슈. 법의 잘잘못이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회사와 임직원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총수일가는 상기했으면 합니다. 몸을 낮추고 신중하게 행동하길 많은 임직원들이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