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품목변경재허가'vs'허가 취소', 기로에 선 코오롱생명과학
[기자들의 팩자타] '품목변경재허가'vs'허가 취소', 기로에 선 코오롱생명과학
  • 전지현
  • 승인 2019.04.15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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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바라보는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명찰만 바꿔달았을뿐, 기존과 같은 성분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다. 유효성, 안전성에 문제 없다."

지난달 1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밝힌 말입니다. 국산 신약 29호 '인보사케이(이하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해 2017년 식약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입니다. 현재 미국 임상 3상이 추진 중인 데다 일본, 중국, 중동 등지 제약사들과 1조원 이상 기술수출도 맺은 바 있죠.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 최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에 대해 허가 당시 식약처에 제출한 성분 이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에 판매된 인보사 제품에도 ‘GP2-293세포(이하 293세포)'가 사용됐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대표가 강조한 앞선 문장 속 의미는 개발단계 당시 환경적으로 정확한 분석이 어려웠던 만큼 혼동으로 첫 단추만 잘못 꿰어졌을 뿐, 개발 초기 단계부터 판매까지 동일한 성분을 사용해 지금까지의 임상결과를 토대로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인보사' 연구개발 및 임상시험부터 상용까지 총 19년. 2004년부터 임상 1~4상, 시판에 이르는 현재까지 총 투약인원은 3548명으로, 투자비용만 1100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역대 '인생작'에서 '실패작'으로 추락해 논란의 불을 지피우는 인보사 사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0년간 투자한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 국산 신약 29호 '인보사'

세포유전자치료제로 국산 신약 29호 이름을 올린 인보사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에도 통증 등이 지속되는 중등도의 무릎 골관절염환자 치료에 허가된 유전자치료제입니다. 사람의 정상 동종 연골세포와 세포분화를 촉진하는 성장인자를 가진 세포를 무릎 관절강내에 주사로 투여해 치료하죠.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는 사람 연골에서 추출한 연골세포(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를 3:1의 비율로 섞어 관절강 내에 주사합니다.

무릎 통증이 있는 사람이 인보사 주사를 맞으면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1~2년에 한번씩 맞아야 하는 인보사는 1회 투여 가격이 약 600만원~700만원선이죠.

인보사는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19년간 투자한 신약으로, 1999년 미국에 설립된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에서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내부에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반대가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회장의 '뚝심'으로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후 2004년부터 임상을 시작, 지난 2017년 7월 식약처 허가를 받고 같은 해 11월 본격적 시판이 이뤄졌습니다.

내부에서는 2028년경 인보사로부터 거둬들일 매출이 매년 4조원을 이를 것으로 예상할만큼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꼽혔습니다. 현재 코오롱티슈진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전역 판권을, 코오롱생명과학은 아시아 판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문제' 핵심은 주요 성분 가운데 하나인 형질전화세포(TC)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즉, 코오롱생명과학은 2004년 결과를 근거로 인보사 생성과정에서 형질전환세포(TC)에 태아신장유래세포인 '293세포'를 사용해왔는데 그간 연골세포를 사용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29일 미국에서 인보사에 대한 임상 3상 승인을 받은 후 주성분 확인시험을 받던 중 연골세포 성장을 돕기 위해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2액 세포가 한국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것을 최종 확인했다는 사실을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전달받고, 이를 식약처에 통보합니다.

이는 '단편일렬반복(STR, Short Tandem Repeat) 검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 검사는 한 공장에서 한 세포만 만들 때는 실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여러 세포를 만드는 공장에선 세포가 섞이지 않았는지 STR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인보사는 한 공장에서 제조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여러 세포를 만드는 공장에 위탁 생산하는 과정에서 STR 검사를 실시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상 유무를 발견합니다.

결국,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1일부터 자발적 유통 및 판매 중지에 나섰고, 15일 'STR'시험을 통해 국내 판매된 인보사 속 2액 형질전환세포(TC) 역시 비임상단계부터 상업화 제품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세포를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합니다.

◆인보사 국내외 2액 세포 모두 '293세포' 확인, 종양유발물질·인지시점 여부가 '관건'

앞서 언급했다시피 논란의 핵심은 새로운 내용의 발견입니다. 그간 '293세포'를 사용했으면서 연골세포로 인식해 허가까지 받았다는 점이죠. 당초 2액의 식약처 허가사항은 유전자가 포함된 연골세포였으나, 유통제품은 신장세포주로 혼입된 세포를 대체한 것 아니냐는 것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캡쳐.
사진=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애초부터 '293유래세포'를 사용했다고 주장했고, 오늘 발표한 시험결과를 통해 국내 판매된 인보사 제품 역시 같은 세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인보사케이주 형질전환세포(TC) 성분이 비임상단계부터 지금까지 293유래세포가 계속 사용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지만, 신장유래세포는 무허가 제품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회사 측의 강력한 방사선 조사 실시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주장에도 일부 관계자들이 인보사에 함유된 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행히 현재까지 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라도 큰 부작용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우려할 상황이 아니지만, 식약처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요.

게다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지시점도 또 다른 논란거리로 등장했습니다. 회사는 지난 2월 말, 미국 임상용 인보사를 제조한 바이오릴라이언스로부터 인보사에 '신장유래세포'가 들어간 사실을 처음 인지해 놓고도 한달이나 뒤에 판매중지에 나섰습니다.

더 정확히는 3월4일 코오롱생명과학이 티슈진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아 같은 달 22일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렸고 일주일 뒤인 29일에 최종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명확한 확인절차를 위해 발표가 늦어진 것이란 회사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성분에 문제가 발생한 약을 확자에게 투약하는 중에도 즉각적인 발표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나옵니다.

◆식약처에 쏠린 눈 품목변경 재허가vs퇴출, 그리고 잃어버린 韓 신뢰

이제 '인보사 사태'에 대한 공은 식약처로 넘어갔습니다. 향후 식약처는 발암 가능성, 인지 시점 등을 놓고 면밀한 조사를 통해 품목변경 허가를 할지 혹은 허가 취소를 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회사측 입장에서야 품목을 변경해 허가를 다시 내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293세포는'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약의 원료로 사용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죠.

때문에 식약처가 품목변경 재허가를 내준다해도 회사측 주장대로 방사선으로 '종양원성(암으로 발전될 가능성)' 가능성이 모두 제거되는 것인지 입증이 필요합니다.

최악의 결과는 '허가 취소'입니다. 이 경우 그간 고액을 지불하며 투여 받았던 3400여명 환자들 보상 및 해외파트너사들과 계약에 대한 막대한 줄소송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더욱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15년간 해당 세포로 배양하면서 전혀 이를 몰랐고, 미국에도 보고된 불확실성 있는 293세포를 체내 투여한 점이 '허가 취소' 가능성을 높이는 분위기입니다.

식약처는 오늘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중간결과를 받은만큼 면밀한 조사를 통해 존속 혹은 퇴출을 가릴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를 도출하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을 소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내달 초 최종결과를 발표할 수도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 시선이죠.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1일 첫 입장 발표 자리에서 '인보사 사태가' 자칫 이제 걸음마를 띈 국내 바이오시장의 발목을 잡는 일로 번지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품목변경 재허가'든 혹은 '허가 취소'든 한국 식약에 대한 국제 신뢰는 이미 떨어진 듯 보입니다.

공은 식약처에 넘어간 채, '인보사 사태'는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식약처는 회사측이 처음부터 '293세포'를 사용했는지 혹은 임상실험 전에 '연골세포' 사용을 '293세포'로 변경한 것 아닌지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펼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식약처의 행정처분에 따라 '인보사 사태'는 국내 첫 '유전자 신약의 단순 헤프닝'일 수도 '바이오신약 개발의 경종을 울릴 첫 사례'로도 기록될 수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