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아시아나항공 매각…박삼구 전 회장, 영욕의 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아시아나항공 매각…박삼구 전 회장, 영욕의 10년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4.15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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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계의 시선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집중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금까지 키워냈던 운송사업 중에서도 핵심인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때 재계 7위까지 차지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중견그룹으로 추락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현재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안 및 지원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전일 대비 30.0% 급등했다. 

여기에는 박 전 회장이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연장하기 위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는 점이 주효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의 지분 대부분이 담보로 제공돼 있는 상황에서 추가 출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ㅣ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ㅣ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앞서 11일 박 전 회장 일가의 주식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자구안은 채권단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매출 60% 이상을 올려오던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사실상 그룹의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자산총액기준 재계서열 7위에 올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건이 현실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 모든 위기의 시작이 박 전 회장의 대우건설 인수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M&A를 경제사에서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로 꼽을 정도다. 

사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0년 중반부터 적극적인 M&A로 세를 늘려가던 곳이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이어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당시 자산총액 3조원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시공능력평가 1위인 건설사를 사들인 것이다. 이어 2년 뒤에는 물류업계 1위인 대한통운까지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단번에 재계 7위까지 뛰어올랐지만 전성기는 짧았다. 

가장 큰 문제는 M&A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와 외부 차입금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2008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몰락의 신호탄이 됐다. 

먼저 2010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다시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뱉어내야 했다. 이어 자금 조달을 위해 대한통운 자회사로 팔아넘겼던 금호렌터카가 2010년 KT에 매각됐고 이어 2011년 알짜 계열사인 금호터미널,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공항개발이 대한통운 매각 과정에서 팔려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운영을 위해 자금 난 속에서도 이들 계열사를 더 비싸게 되사와야 했다. 

이 외에도 2010년 금호생명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각각 팔려나갔다. 2009년 워크아웃을 선언했던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금호석유화학 등의 계열사가 형제간 갈등 끝에 매각된 것도 특징. 

사실상 주력 사업을 대부분 잃어버린 셈이다. 실제 2010년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역사는 자금과의 싸움이었다. 2009년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 회장과 동반 퇴진을 했던 박 전 회장은 그룹재건을 선언하면서 경영 복귀했지만 2015년 워크아웃 이후 매각에 나왔던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이 힘든 싸움에 쐐기를 박은 것은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 ‘한정’ 사태였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신용등급 하향 검토되면서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 약정 연장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박 전 회장은 경영 퇴진에 나서야했다. 

하지만 이 퇴진마저 채권단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되면서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0년 전 전성기의 꿈을 뒤로 중소그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앞으로도 과도한 M&A의 승부의 위험성을 반증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으로 그룹 규모는 대폭 줄어들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괴롭혔던 자금난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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