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춘래불사춘] 中企 90% 협력 없이 나홀로 '전전긍긍'
[한국 경제, 춘래불사춘] 中企 90% 협력 없이 나홀로 '전전긍긍'
  • 전지현
  • 승인 2019.03.27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0여개 중소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인력유출·기술도용 '우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국내 중소벤처기업 대다수가 협력활동이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노하우 구매나 공동 연구개발(R&D) 없이 나홀로 '전전긍긍'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와 연계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7일 박규호 한신대 교수 및 장지상 경북대 교수, 정준호 강원대 교수 저서 '한국 중소기업의 혁신생태계 분석'에 따르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거나 과학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부에서 수행한 R&D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기업은 212개 기업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번 조사는 부경대 SSK 사업단이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40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전체 52.9%(복수 응답)에 달하는 기업들이 '내부 R&D 수행'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새롭거나 획기적으로 개선된 제품 혹은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기업 또는 다른 기관이 보유한 노하우, 지식재산권, 발명품 등 '외부지식'을 구매한 경우는 10.2%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기업이 15%, 소기업은 8.2%였다.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 외주계약을 통해 수행한 '외부 R&D'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도 12%에 불과했고, 내부 조직과 타기업 또는 타기관간 계약을 통해 수행한 '공동 R&D' 사례는 15.2% 뿐이었다.

더욱이 외부 기관이나 기업과 R&D나 네트워크 형성에 투자하는 노력 및 금액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들이 혁신활동 유형별 총소요비용 662억원 중 ▲'내부 R&D'는 329억원 ▲기계·장비·소프트웨어·건물취득' 131억원 ▲'직무훈련·디자인·마케팅활동·기타 활동' 105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R&D'와 '외부지식 구매'를 위한 소요비용은 각각 6.4%와 2.0%, 기술협력 차원의 협력수준 역시 공동연구 개발(2.36점), 기술이전 획득(2.38점) 등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중소기업들은 협력활동과 네트워크 형성 장애 요인으로는 ▲'주변에 부품소재 공급·수요기업이 없어 연계여건이 미흡'(2.68점) ▲'인력유출 우려'(2.67점) ▲'개발된 기술의 도용·소유권분쟁 우려'(2.66점) 등이 꼽혔다.

'역량있는 대학·연구소·기업지원기관 부족'(2.58점)과 '중개기관 부족·역량 미흡'(2.58점), '관련 기업·대학·연구소의 폐쇄적 태도·협력 인식 부족'(2.55점) 등도 장애 요인으로 지목됐다. 아울러 혁신 성과로는 '고객에게 주는 혜택·제품 변경'이 39.7%로 꼽힌 반면 신제품 출시 성과는 15.7%에 그쳤다.

박규호 교수는 "국내 중소기업은 다른 기업이나 연구기관과 신뢰가 쌓이지 않아 연계하는 능력도 외국 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도 "아무리 뛰어난 기업도 독자적으로 엄청난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소기업간 혁신이 활성화되면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