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춘래불사춘] 위기의 제조업, 첨단기술로 무장한 中에 쫓긴다
[한국 경제, 춘래불사춘] 위기의 제조업, 첨단기술로 무장한 中에 쫓긴다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3.26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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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과거 한국의 고속 성장을 이끈 제조업이 최근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국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중국이 자동차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이루면서 제조업의 부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으며 정부와 기업이 핵심 소재·부품을 선진국에 의존하는 등 질적 성장을 소홀히 하면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용 로봇들|연합뉴스 제공
산업용 로봇들|연합뉴스 제공
◆ 첨단기술로 무섭게 추격하는 中
 
중국은 제조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30년 장기 비전의 첫 단계인 '중국제조 2025' 정책을 2015년에 발표했다. 2025년까지 의료·바이오, 로봇, 통신장비, 항공 우주, 반도체 등 10개 첨단제조업 분야에서 리더가 되겠다는 중국의 야심 찬 제조업 육성책이다.

정책 성과에 대한 평가에는 차이가 있지만, 중국 제조업은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고 무역전쟁을 시작했을 정도로 이미 성장했다. '중국제조 2025'가 한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중국이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부품을 스스로 조달하고 완제품 생산까지 마치는 자급자족식 공급망) 정책을 기반으로 첨단기술 분야의 제품까지 국산화하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한국에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독일의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는 2016년 12월 보고서에서 '중국제조 2025' 정책으로 가장 위협받을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제조업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중과 특히 중국이 육성하고자 하는 첨단제조업이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보고서는 이 중에서도 한국의 자동차와 기계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실제 현대자동차는 최근 중국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6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했지만, 이후 중국 경쟁사의 성장과 사드 갈등 등의 영향으로 중국 사업을 구조조정 중이다. 중국은 과거 한국이 일본을 제친 것처럼 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한 77개 품목 대부분이 중국과 경쟁 중이며 15개 품목은 중국이 2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0개 국가전략기술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0년으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제조업 육성을 위해 경쟁국의 핵심 인력을 빼가는 것은 물론 기술 탈취와 같은 불법 수단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국내 연구원으로부터 넘겨받으려 입국한 중국인이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기술 유출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이후에도 기술 유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독일의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는 2016년 12월 보고서에서 '중국제조 2025' 정책으로 가장 위협받을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 보고서 캡처
독일의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는 2016년 12월 보고서에서 '중국제조 2025' 정책으로 가장 위협받을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 보고서 캡처
 
◆ 선진국은 국가적으로 제조업 육성…한국은?

중국의 급부상과 한국의 수입 소재·부품 해외 의존은 이제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정부나 기업 모두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선진국을 모방하는 추격형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데도, 이를 고수하면서 고부가가치화와 신산업 창출이 늦어졌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경쟁력 강화를 소홀히 한 사이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제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했다. 미국은 2011년 국가혁신전략, 독일은 2012년 인더스트리 4.0, 일본은 2013년 일본재흥전략 등 앞다퉈 전략을 내놓고 꾸준히 밀어붙이며 효과를 보고 있다. 물론, 한국도 제조업 정책이 없지는 않았다. 정부는 2014년 6월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융합을 통한 스마트 산업혁명을 내세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다.

자동화와 IT를 도입한 스마트공장 1만개 확산, 융합신산업 조기 창출, 기업의 사업재편 촉진,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통해 2024년까지 수출 1조달러(약 1137조원)를 달성하고 제조업 세계 4강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이 주 골자다. 다만, 이에 대해 스마트공장 보급은 현 정부가 확대 추진하고 있지만 나머지 정책은 특별한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조업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꼽을만한 제조업 정책이 거의 없다"며 "제조업에 4차 산업혁명을 추가한다는 '제조업 혁신 3.0'이 있었지만, 딱히 효과를 평가할만한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창출 방안 등을 담은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전략'을 발표하고 세부계획을 이행 중이다. 이번 계획이 한국의 제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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