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단상] 대한민국 법앞에서 피해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7월 단상] 대한민국 법앞에서 피해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 승인 2017.07.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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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려흔기자
[비즈트리뷴] "피해자가 돼보신적 있으세요? 이 나라에서 피해자는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요. 피해자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억울한데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요. "

이것은 SBS 방송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장혜성 변호사역을 맡았던 배우 이보영의 대사다.

극중 장혜성 변호사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위해 살아가던 변호사였다.  자기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피해자의 입장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억울한 피해자의 처지에 놓였던 사람이라면 법정다툼으로 번졌을 경우, 저 말을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개 법정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는 돈, 명예 등 여러 갈등이 있겠지만 그 중에는 사람의 감정으로 인한 소송도 적지않다. 잘못을 했음에도 충분히 사과를 하고 마음을 달래는 경우라면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가 가고, 시간도 돈도 하염없이 드는 법정싸움까지 굳이 가지 않는 경우를 봐왔다. 

이와 반대로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임에도 도리를 하지 못해 끝내 법과의 싸움으로 비화되는 케이스도 다반사로 지켜봤다.

지금 국민들은 억울함에 분노하고 울화통 터지는 상황을 겪고 있다.

지난해 국정농단의 사태와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이다.

피의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그리고 그의 딸 정유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고위 공직자들이 중심에 있는 국정농단 사태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에 국민들은 개개인의 사건이 아님에도 분노하고 있다. 

왜일까. 이는 책임과 인간으로서의 도리,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과를 해도 분노가 가시지 않는 판국임에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동으로 민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들은 살아남기위해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겠지만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를 하는 게 선처를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미 저지른 잘못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지만 말이다.

이런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사례는 주변에도 있다.  개인과 병원간의 소송, 그리고 성적인 문제가 법다툼이 되는 경우 등 안타까운 상황을 무수히 목격하게 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성적인 문제가 등장할 경우 '여성에게 무조건 유리하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지만 막상 그 상황에 직면한 피해자들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최근 성적인 피해를 입은 3명의 피해자들을 만났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정황적인 증거뿐이라는 이유로 법에 호소할 수단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나머지 한명은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 마음을 추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법 앞에는 누구든 평등하다고 하는데, 피해자들이 법 앞에서 더욱 약자가 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속을 탁탁 막혀오는 답답함을 피할수가 없다. 

법은 대개 '정황상의 증거로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문제는 성폭행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하는 순간에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촬영이나 사진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계획적인 성폭행이나 폭행일 경우 직접적인 증거가 남지않는 공간이나 장소에서 저질러지기 때문이다.

특히 가해자가 오히려 직접적인 증거로 판단하겠다며 뻔뻔하게 큰소리를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피해자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상처까지 떠안게 된다.

이런 성적인 문제가 발생되고, 가해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렸을 때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겪은 치부와 가족들을 포함한 그 주변까지 충격을 받는 것도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절실히 와닿는다.  

이성으로 똘똘뭉친 법조계의 판사 검사 변호사는 "진실인 것도 알겠고 그래서 억울한 것도 잘 알겠지만 법은 법"이라고들 말한다.

묻고싶다.

그 법이 대체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법은 상식과 국민정서가 기본바탕이 된 사회질서의 토대다. 

법은 진실을 위해, 진실을 밝히고 가려내기 위해 존재하며 진실을 판가름하는 것이 사법부의 존재의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법은 진실을 힘들게 말할때마다 외면받으며 진실앞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법이다. 이것이 법이라면 사회는 크고 작은 일로 억울한 사람들이 넘쳐나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이들은 현재 사법부의 역할과 존재 여부 및 존엄가치에 대한 마지막 신뢰가 지켜지기만을 바라며, 상처도 충격도 뒤로한 채 법적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법앞에 가로막혀 잘못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몸사리는 이들에게 이 글이라도 양심의 가책이 될 수 있기를.



[김려흔기자 eerh9@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