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소비자에 외면당한 이통사 '5G 중저가 요금제'
'빛 좋은 개살구'…소비자에 외면당한 이통사 '5G 중저가 요금제'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4.1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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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SKT, KT, LGU+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5만원대 5G 중저가 요금제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이통사의 중가 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량이 터무니없다보니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데이터 무제한' 구간인 고가 요금제(8만원 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5만원대 요금제를 피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삼성전자 '갤럭시 S10 5G' 출시 이후 3영업일 간 이통3사의 5G 서비스에 가입한 10만명 가량의 소비자 중 약 10%정도 만이 5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했다. 사실상 열에 아홉은 '무제한 데이터'가 제공되는 8만원대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5G 시대에선 고화질(HD)급의 영상이 아닌 초고화질(UHD) 영상과 가상현실(VR) 등이 5G의 주 콘텐츠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UHD급의 콘텐츠를 시간당으로 즐긴다고 가정하면, 데이터 소모량이 10∼15GB 수준"이라며 "특히 AR·VR(증강·가상현실) 콘텐츠는 최대 25~30GB가 소모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고객의 경우 70%정도가 8만9000원짜리 완전 무제한 요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KT 고객도 90%가량은 8만~10만원짜리 요금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역시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이통사들의 이번 중가 요금제를 사실상 정부의 압박으로 인한 '구색 갖추기'용으로 보고 있다. 앞서 과기부의 SK텔레콤 요금제 인가 불허 결정을 통해 이통사들에게 암묵적인 요금 인하 시그널을 보냈고, 이통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중가 요금제를 부랴부랴 신설했기 때문에 실속이 있을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각 이통사 중가 요금제 비교
각 이통사 중가 요금제 비교
 
이 같은 상황에서 과기부는 이통사에게 지속적으로 요금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지난 8일 '5G 테크 콘서트'에서 이통3사 수장들에게 요금을 내려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선 무작정 요금만 낮출 것이 아니라 실속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5G 중가, 저가 요금제를 지속적으로 내놓는다 하더라도 실속이 없으면 단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며 "정부에서도 무턱대고 싼 요금제만을 이통사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5G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