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조양호 회장 별세...복잡해진 한진칼-KCGI 대결 구도
[이슈분석]조양호 회장 별세...복잡해진 한진칼-KCGI 대결 구도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4.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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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조 회장 사망일에도 지분 매집…오너일가 상속세 납부 변수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인해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더욱 복잡해진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조 회장이 그룹 내 지배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슬하 3남매에 대한 상속세와 표대결에서 변수가 커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상속 과정에서 지주회사 한진칼에 대한 지배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지다. 

9일 한진그룹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향후 KCGI와의 치열한 주주총회 표대결을 잠정 예고한 상태다. KCGI는 한진칼 지분 보유이 6개월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정기 주총에 의안을 상정하지 못했지만 현재는 임시주총 소집이 가능해진 상태다. 

KCGI는 지난 8일에도 한진칼의 지분 0.79%를 사들이면서 적극적인 지분 확대에 나서는 상황. 현재 KCGI의 한진칼의 지분은 13.47% 규모다. 

반면 조 회장 일가는 그렇지 않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지분 확대는커녕 막대한 상속세에 대한 우려까지 생겼다. 현재 한진그룹 3세의 한진칼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30%를 보유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 3세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 회장의 한진칼 보통주 17.84%를 온전하게 상속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큰 변수는 상속세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의 지분가치는 지난 8일 종가기준 3208억원에 달한다. 상속세율 50%를 더하면 약 1600억원이 상속세로 지출되는 셈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대한항공 및 비상장사 지분까지 합칠 경우 상속세는 2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중 주식담보대출, 세금 담보가 각각 150만주, 100만주 규모라는 점도 고려해야할 요인이다. 

만약 한진가 3세가 주식담보와 상속세를 주식으로 현물납부할 경우 한진그룹 3세의 한진칼에 대한 지분율은 13% 수준으로 떨어진다. 오너일가 지분이 KCGI보다 지분이 낮아지는 셈이다. 

물론 한진가 3세가 이를 모두 현물납부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상속세의 경우 2000만원이 넘으면 연부연납을 통해 5년까지 나눠서 낼 수 있다. 따라서 한진가 3세가 얼마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지가 향후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현금성자산을 동원하더라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모두 부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주식담보대출로 납부할 경우에도 상당한 금융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3남매간 어떤 형태로 지분을 상속받게 될지도 변수다. 현재 한진그룹에서는 장남 조원태 사장 외에는 모두 퇴직한 상태다. 이른바 ‘땅콩 회항’ ‘물컵사건’ 등이 원인이다. 사실상 조원태 사장 단독 경영체제가 유력한 가운데 남매간 지분율에 따라 향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전까지 한진그룹 3세는 각각 대한항공, 호텔, 진에어 등으로 계열분리하게 되리라는 관측을 받아왔다.

어떤 형태가 되건 간에 KCGI와 한진그룹의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KCGI는 지난달 주총에 의안상정이 좌절된 이후에도 지분을 매집하고 있으면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진가 3세는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지분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투명화, 주주가치 제고 등의 전략을 두고 주주의 지지를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계열분리가 추진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강성진,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조양호 회장 사망 이후 한진칼 지분 상속방법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및 행심 업체 주가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 지분 상속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KCGI의 영향력은 빠르게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