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배경에는 대한항공 주주총회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회사에 평생을 바쳐온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한진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8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새벽 미국 현지에서 숙환의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기존에 앓고 있던 폐가 굳는 폐섬유화증이 갑작스럽게 악화되면서 결국 사망했다는 것이 한진그룹의 전언이다.
이는 조 회장이 지난해 10월 직접 한미재계회의 총회에 직접 위원장으로서 참석할 당시만 하더라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폐질환을 앓아 왔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달 대한항공 주주총회 이후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대한항공 주총이 조 회장에게 상당한 충격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 중이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에서는 국민연금을 필두로 소액주주 다수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한 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됐다. 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직함이 박탈된 것이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에 오른 지 20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조 회장이 별세한 이날은 그가 270억원 규모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재판의 공판준비기일이기도 하다. 오는 9일에는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불법고용 관련 공판이 예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조 회장을 비롯해 부인, 두 딸에 대한 검·경, 공정위, 국세청 등 국가기관이 일제히 달려들던 상황에서 사내이사 연임마저 박탈당했으니 조 회장이 느낀 충격은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