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주총 이후 건강악화…불신임에 충격받은 듯
조양호 회장, 주총 이후 건강악화…불신임에 충격받은 듯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4.08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배경에는 대한항공 주주총회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회사에 평생을 바쳐온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한진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8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새벽 미국 현지에서 숙환의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기존에 앓고 있던 폐가 굳는 폐섬유화증이 갑작스럽게 악화되면서 결국 사망했다는 것이 한진그룹의 전언이다.

이는 조 회장이 지난해 10월 직접 한미재계회의 총회에 직접 위원장으로서 참석할 당시만 하더라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ㅣ사진=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ㅣ사진=한진그룹

한진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폐질환을 앓아 왔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달 대한항공 주주총회 이후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대한항공 주총이 조 회장에게 상당한 충격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 중이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에서는 국민연금을 필두로 소액주주 다수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한 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됐다. 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직함이 박탈된 것이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에 오른 지 20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조 회장이 별세한 이날은 그가 270억원 규모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재판의 공판준비기일이기도 하다. 오는 9일에는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불법고용 관련 공판이 예정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조 회장을 비롯해 부인, 두 딸에 대한 검·경, 공정위, 국세청 등 국가기관이 일제히 달려들던 상황에서 사내이사 연임마저 박탈당했으니 조 회장이 느낀 충격은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