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항공업계 큰 별 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항공업계 큰 별 졌다”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4.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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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항공업계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창사 50주년을 맞이한 대한항공의 역사이자 발자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8일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새벽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현재까지 장례 일정과 절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에 한진그룹을 비롯한 항공업계는 충격이 적지 않다. 국내 항공사의 역사는 물론 대한항공의 지난 50년 역사에는 조 회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본사 격납고를 방문한 모습.ㅣ사진=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본사 격납고를 방문한 모습.ㅣ사진=한진그룹


조 회장은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45년 이상 걸어온 전문가 중의 전문가로 꼽힌다. 국내·외를 통틀어 조 회장 이상의 경력을 지닌 항공·운송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는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업무에 필요한 전 부서들을 두루 거쳐 실무까지 겸비했다. 항공·운송 관련 모든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는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이런 조 회장의 전문성은 대한항공을 국제 항공업계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배경이 됐다.

조 회장이 처음 대한항공에 발을 들인 1974년은 1차 오일쇼크가 한창인 시절이었다. 게다가 1978년부터 1980년에도 2차 오일쇼크도 대한항공을 직격했다. 연료비 부담으로 미국 최대 항공사였던 팬암과 유나이티드항공은 수천명 직원 감원할 정도였다.

하지만 조 회장은 선친인 조중훈 창업주와 함께 줄일 수 있는 원가는 줄이되, 시설과 장비 가동률 오히려 높이는 전술을 선택했다. 항공기 구매도 계획대로 진행했다. 불황에 호황을 대비한 것. 결국 이와 같은 결단은 오일쇼크 이후 새로운 기회로 떠오른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도 돋보인다. 외환위기 당시 대한항공 운영 항공기 112대 중 임차기는 14대뿐, 대부분이 자체 소유 항공기였다. 이에 따라 매각 후 재 임차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처할 수 있었고, 이는 IMF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쌓아올린 조 회장의 글로벌 항공업계 리더십도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었다. 그는 세계 항공업계에 폭넓은 인맥과 해박한 실무지식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스카이팀 등 국제 항공업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스카이팀 창설을 기념하는 모습.ㅣ사진=한진그룹
스카이팀 창설을 기념하는 모습. 왼쪽부터 세번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ㅣ사진=한진그룹

조 회장은 세계 항공업계에서 다진 식견을 바탕으로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했고, 이는 대한항공이 글로벌 명품 항공사로 도약해 나가는데 뒷받침이 되고 있다. 그는 스카이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인 국제협력기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항공업계의 UN 회의’라고 불리는 IATA 연차총회가 올해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은 조 회장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물론 최근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서비스를 이유로 항공기를 돌린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있었고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마케팅 관련 협력사 대표에게 물컵을 던진 ‘물컵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각종 논란에 시달렸다.

조 회장 자신도 270억원 규모의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되면서 재판을 앞두고 있었고 이로 인해 최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조 회장은 현재까지 유죄 확정판결을 받지 않았고 가족에 대한 것도 경영적인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런 제반 상황이 조 회장의 숙환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최근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항공사를 키워낸 경영자이자 항공업계의 큰 형이었다”며 “항공업계에 큰 별이 졌다”고 아쉬워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은 평생 가장 사랑하고 동경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하늘로 다시 돌아갔다”며 “하지만 조 회장이 만들어 놓은 대한항공의 유산들은 영원히 살아 숨쉬며 대한항공과 함께 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한편, 조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이명희(전 일우재단 이사장·70)씨를 비롯 아들 조원태(대한항공 사장·44)씨, 딸 조현아(前 대한항공 부사장·45), 조현민(前 대한항공 전무·36)씨 등 1남 2녀와 손자 5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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