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출범 3개월…M&A 시장서 '두각'
우리금융지주 출범 3개월…M&A 시장서 '두각'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4.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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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ABL자산운용 인수 SPA 체결 앞둬
국제자산신탁과 경영권 지분 인수 MOU
BIS비율 고려해 중소형 금융사 위주 M&A 추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출범 3개월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 적극적인 M&A를 통해 그룹 규모를 키운다는 손태승 회장의 목표에 따라 우리금융이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른 시일 내 중국 안방보험과 동양자산운용 및 ABL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 우리금융 출범 3개월 만에 이뤄지는 첫 M&A로 인수금액은 1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각각 21조4949억원, 8조1432억원으로 두 기업을 합치면 업계 12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도 각각 977억원, 328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이 두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게 되면 금융투자 및 자산관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뿐더러 사업 다각화와 은행 의존도 완화 효과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앞서 우리금융은 이달 3일 국제자산신탁과도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국제자산신탁 대주주인 유재은 회장 일가 지분 65.7%를 우선 매입한 뒤 자사주 등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2007년 설립된 국제자산신탁은 관리형 토지신탁과 담보신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기준 수탁고 23조6000억원, 당기순이익 315억원을 시현했다.

우리금융이 국제자산신탁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부동산신탁업의 높은 성장성이 꼽힌다. 

실제 국제자산신탁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7%로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주사 출범 전 우리은행의 ROE가 9.6%인 점과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국제자산신탁이 우리금융 계열사로 편입된다면 그동안 리스크가 커 진출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책임준공확약형 신탁사업이다. 책임준공확약형 신탁은 시공사 부도 등으로 기한 내 건축물을 짓지 못할 경우 부동산 신탁사가 대신 준공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관리형토지신탁보다 보수가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커 금융지주 계열 부동산신탁사 외에는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은행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자산신탁의 연간 순익은 300억원 안팎으로 이익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90%에 달하는 은행 의존도를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업은 연평균 10%대의 성장률과 20%대의 ROE 등 자체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다"며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의 업무 확장성이 높고 시너지 창출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국제자산신탁이 인수될 경우 앞으로 부동산금융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금융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창출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도 국제자산신탁 인수가 우리금융의 이익 다각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신탁사 인수는 이익 다각화와 시너지 발생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국제자산신탁의 연간 순이익이 300억원 내외에 불과하지만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제외하면 비은행계열사 이익기여도가 매우 미미해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금융지주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다. 계열사와의 협업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신한·KB·하나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높아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실제 우리금융의 비은행 계열 의존도는 8.0%로 KB금융 31.3%, 신한금융 31.0%, 하나금융 18.3%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약 90%에 달하는 우리은행 비중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손 회장은 비은행 부문 비중을 30~40%까지 늘릴 것이란 계획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다만, 지주사 출범 이후 BIS(자기자본)비율이 기존 15%에서 10%대로 크게 하락한 탓에 당분간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 중소형 금융사들을 M&A 주 타깃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인수 규모가 크지 않으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등은 운용자산으로 분류돼 위험가중자산(RWA)에 반영되지 않아 자본비율 변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그룹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M&A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BIS비율이 하락했기 때문에 자본조달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현재는 자산운용사나 신탁사와 같이 규모가 작은 곳들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