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금호아시아나, 회장 퇴진에 '3세 시대' 전환 속도
한진·금호아시아나, 회장 퇴진에 '3세 시대' 전환 속도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4.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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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한진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한진중공업그룹 등 주요 그룹의 회장이 잇따라 퇴진하면서 차기 총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 그룹별 사정은 다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너 3세 체제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점쳐지는 탓이다. 

다만 이들 3세 체제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경영성과에 대한 상당한 부담이 불가피하고 무엇보다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부담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이들 3개 그룹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비슷한 시련을 겪는 중이다. 

먼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표대결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20년만에 대한항공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라이벌 그룹으로 꼽혀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주총을 앞두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주요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그룹 전반의 위기를 불러 온 것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이 그룹 측 설명이다.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그룹 회장도 핵심 계열사인 한진중공업의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여기에는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의 재무부담으로 인해 조남호 회장이 경영권을 잃은 것이 주효했다. 현재 한진중공업은 한진중공업그룹에서 분리돼 산업은행의 계열사로 편입된 상태다.  

원인과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세 그룹의 오너가 올해 주총을 계기로 일제히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셈이다. 이들은 항공, 해운 등에서 전통적인 강자로 꼽혔다는 공통점 외에도 3세 경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닮아있다. 그리고 세 그룹 모두 오너 3세에 대한 지분승계가 과제로 남아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치는 3세는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다. 그는 현재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빠진 만큼 그의 역할과 중요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에서 오너일가 유일한 사내이사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그룹내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한항공에 대한 지분은 전무하고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지분은 2.34%에 불과하다. 이는 조양호 회장이 한진칼에 지분 17.84%(보통주)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사촌인 조원국 한진중공업홀딩스 전무도 최근 한진중공업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조남호 회장과 장남 조원국 전무 부자의 각자대표체제가 됐다.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최근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려왔던 한진중공업이 떨어져나간 상황. 이 때문에 종합에너지그룹으로서 그룹재건에 대한 과제를 짊어졌다는 평가다. 

그 역시 한진중공업홀딩스에 대한 지분은 0.94%에 불과해 경영승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그룹 내 SI계열사인 아시아나IDT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에서 직함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삼구 회장 퇴진 이후 3세 경영체제 전환에 대한 부담이 크다. 

반면 지분은 3세 중에서 가장 앞서 있다. 박세창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회사인 금호고속의 지분 21.0%를 보유한 2대주주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단기간 내 경영승계를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들이 예고 없이 갑자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권한이 축소되면서 3세 체제에 가속이 붙게 됐지만 지분 증여 등을 해결할 과제도 늘었다”며 “무엇보다 안팎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3세 체제를 굳히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