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4월도 잔인한 달…'지지부진' 수수료 협상·레버리지 규제
카드사, 4월도 잔인한 달…'지지부진' 수수료 협상·레버리지 규제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4.0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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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협상 장기화
금융당국, 래버리지 배율 확대 신중론
카드업계 "수수료 인하, 당국 규제에 신사업도 어려워"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둘러싼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잇단 수수료 인하에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협상도 파행을 거듭하면서 카드사들은 4월에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와 카드사의 수수료율 협상은 예정된 기일인 1일을 넘겨 계속되고 있다.

1.9% 초반대를 주장하는 쌍용차와 1.9% 후반대를 요구하는 카드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서다.

잇단 수수료 인하에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협상 지연, 당국 규제 기조 등으로 카드사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잇단 수수료 인하에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협상 지연, 당국 규제 기조 등으로 카드사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현재 쌍용차는 카드사에 1.9% 초반대의 수수료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기아자동차와 카드사들이 1.89% 수준에서 수수료율 협상을 마쳤는데, 이와 비슷하게 맞춰달라는 것이 쌍용차의 주장이다.

하지만 카드사에서 2.0% 초반대의 수수료율을 요구하자 쌍용차는 지난달 20일 신한·삼성카드 등에 공문을 보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카드사들은 같은 업종이어도 업체 규모별 밴(VAN) 개입 여부 등 비용 구조가 달라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대·기아차 등 시장점유율이 큰 업체는 밴(VAN)사를 거치지 않는 직매입 방식을 이용해 수수료 원가 자체가 낮다는 게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쌍용차는 현대·기아차보다 거래 비용 자체가 비싸다"며 "현대·기아차의 경우 밴리스 방식을 이용하고 있어서 가맹점 수수료가 다른 곳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쌍용차가 그런 현대·기아차를 기준으로 수수료율을 맞춰달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뿐만 아니라 한국GM과 르노삼성도 수수료율을 현대·기아차 수준으로 낮춰달라며 이미 끝난 협상안을 철회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규제까지 맞물려 카드사들이 적극적인 영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카드사들은 금융당국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에 레버리지 배율 확대, 부가서비스 의무기간 축소 등 사업 확대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12개 건의사항을 제출했다. 이 중 핵심은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배율 확대다.

레버리지 배율은 카드사의 자본건전성을 의미하는 지표다. 카드사들은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6배로 규정된 레버리지 배율을 10배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레버리지 배율 한도가 높아지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사업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가 절실하다. 또 현재 신한·삼성카드 등 대형 카드사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배율이 6배에 가까워 사업 확대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의 주장에 일면 동의하면서도, 레버리지 배율 확대 시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래버리지 배율 확대를 포함한 TF 회의 결과가 예정 기한인 3월 말 발표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금융당국의 '신중론'이 반영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4일과 8일 카드산업 활성화 TF 회의를 두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레버리지 배율 확대에 대해서는 실제 통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은 인하됐지만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들이 원했던 것만큼 올리지 못했고 결국 본업에서의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당국에서 확실한 답을 주지 않으니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투자를 늘릴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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