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쏘아올린 '런던 철수'…국내 은행들 "글쎄요"
브렉시트가 쏘아올린 '런던 철수'…국내 은행들 "글쎄요"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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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사들, 관세·영업 축소 우려에 '탈(脫)런던'행
런던 지점 둔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지점 이전 안 해"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두고 글로벌 금융사들의 '탈(脫)런던'이 가시화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완전히 분리되면 관세 등의 이유로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 런던에 지점을 두고 있는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은행들의 상황에도 금융권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브렉시트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탈런던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데 동의했다.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6일 런던 지점에 'IB 유닛(Unit)'을 개소했다. 해외 IB사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국민은행 측은 설명했다.

이번 런던 IB유닛 설치를 두고 국민은행이 브렉시트를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큰 사업을 굳이 영위할 이유가 없는데, 브렉시트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면 IB유닛 설치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국민은행 관계자는 "물론 브렉시트 얘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유럽지역의 거점 역할을 하는 개념으로 런던 IB유닛을 오픈한 것"이라며 "런던 상황이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는 런던에 진출한 다른 국내 은행의 상황과도 비슷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브렉시트가 런던 지점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우선, 국내 은행들이 리테일(소매금융)영업보다 한국계 지상사를 상대로 하는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다. 지상사들이 영국에서 사업을 접지 않는 한 국내 은행들의 영업 자체가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영국에서 리테일영업이 아니라 지상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브렉시트와 크게 상관이 없다"며 "철수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사들은 현지에 본사를 두면서 리테일 영업도 하는 곳이어서 국내 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국내 은행들은 런던에 지점 형태로 진출해 있기 때문에 유럽 본사 자체가 런던에 있는 글로벌 금융사들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것은 런던에 유럽법인이 있는 경우"라며 "브렉시트가 되면 유럽이 영국연방과 유로존으로 나눠져 유럽에서 사업하기가 어려워질텐데 법인을 따로 유럽 내륙에 두면서 런던에 지점을 둔 경우라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민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런던 외 유럽 지역에 따로 법인을 두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법인과 폴란드 사무소가 진출해 있다. 유럽에 지점이 가장 많은 하나은행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법인이 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프랑스 파리 지점과 체코 오스트라바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했을 때,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사들의 '탈런던'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다. 현재 런던 지점을 유럽의 다른 나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작년 10월 독일에 유럽법인을 설립하면서 '런던-프랑크푸르트-카토비체(폴란드)'로 이어지는 유럽벨트를 형성했고 거점 지역을 따로 두지는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국가의 지점을 철수하거나 옮기는 일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될 일"이라며 "예전 IMF 때 국내 은행들이 태국에서 대거 빠져나왔다가 지금 다시 못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한 국가에서 한번 철수하면 다음에 같은 국가에 진출하려고 해도 승인을 받기가 어려워진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보통 은행은 해당 국가의 정치적 이슈나 외부 상황과 별개로 그 국가 자체에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진출을 결정한다"며 "브렉시트가 큰 이슈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런던지점 이전 등)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을 보면 좀 더 긴 호흡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