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퇴진 배경은…사면초가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 퇴진 배경은…사면초가 아시아나항공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3.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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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지난 22일 감사의견 ‘한정’이 나온 이후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시장의 시각이 박 회장의 퇴진 발표 이후 소폭 회복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의 퇴진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길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근본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악화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그룹의 모든 계열사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로 인해 시장의 신뢰를 잃을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께서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의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에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사태의 해결이 그만큼 절박했다는 해석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막대한 부채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감사의견 ‘한정’이었다. 주요 신용평가사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조기 상환해야 하는 위기에 몰렸기 때문. 아시아나항공 ABS에 신용등급 하락시 조기상환 특약이 걸려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6일 재감사를 통해 ‘적정’의견을 받아냈지만 상황은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다. 재감사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은 지난 14일 실적발표에 비해 84.2% 감소한 282억원으로 줄었고 순손실은 19배 가량 늘어난 1979억원 적자가 됐다. 부채비율도 504.9%에서 649.3%로 성큼 올랐다. 

이로 인해 신평사의 불신은 지속되는 중이다. 

이날 한국신용평가는 “하향 감시대상(watchlist) 등록사유 감안시 아시아나항공의 재작성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적정’ 감사의견 표명 그 자체만으로 하향검토 해제 사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감사의견 ‘한정’ 사태 이후 2차 영구채 발행마저 막힌 상황. 유일한 방법은 유상증자뿐이지만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자금여력도 신통치 않다. 

심지어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양해각서는 오는 4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디폴트를 선언하게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박 회장의 사퇴가 불가피 했다는 평가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아시아나항공은 대주주가 좀 더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밝힌 점도 사실상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 금호산업을 제외한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지배지분이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만 유지할 수 있으면 나중에 급박한 사태를 해결하고 난 뒤 오너가 경영에 복귀하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 이전에 재무구조 정상화가 될지도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