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죄송합니다"…자사주 매입 나선 금융사 CEO들
"주가 폭락 죄송합니다"…자사주 매입 나선 금융사 CEO들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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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 회장·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자사주 매입
허인 국민은행장·지성규 하나은행장, 지주사 주식 매수
"주가 부양 효과, 실적 자신감 표현"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사들의 주가가 기업 가치 대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적극적인 주가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금융사들의 주주총회에서도 주가 폭락을 지적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사 CEO들이 실적 개선 방안, 인수·합병(M&A) 등 주가부양 계획을 내놓는 한편,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주가 띄우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금융사 CEO들.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사진제공=각 사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금융사 CEO들.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5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앞서 손 회장은 우리금융 상장일인 지난달 13일에도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자사주 총 4만8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 및 주가부양 의지를 보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우리금융은 올해 가장 큰 성장이 기대되는 금융사 중 한 곳이다. 우리금융이 올해부터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규모를 키우는 데 주력할 예정이어서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주가가 그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금융의 전일(27일) 종가는 1만3500원으로 상장 첫날 종가 1만5300원 대비 11.76% 하락했다. 이는 1월 9일 거래정지된 우리은행 종가 1만4800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최근 우리금융 주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글로벌 증시 하락 영향으로 본질 가치 대비 과도하게 하락했다"며 "손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그룹 경영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부양, 주주친화정책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1일 취임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도 취임 바로 다음 날인 22일 하나금융지주 주식 4000주를 매입했다.

하나금융 주가도 1년 전보다 20% 이상 하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지 행장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하나금융 주식이 내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1년 동안 주가가 약 35%나 하락한 KB금융의 윤종규 회장도 6일 자사주 1000주를 장내 매수해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윤 회장뿐만 아니라 허인 KB국민은행장도 12일 KB금융 3062주를 매수했다.

KB금융은 금융지주 가운데 주가 하락폭이 가장 큰 곳으로, 지난해 1월 6만원 후반대를 기록하던 주가는 현재는 4만1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이달 27일 열린 KB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가 급락과 관련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서 주가 급락, 실적 하락 등을 놓고 주주들에게 거듭 사과한 윤 회장은 주가부양과 함께 공격적인 M&A를 통한 그룹 성장을 약속했다. 그는 "미래 성장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 M&A를 과감하게 실행할 것"이라며 "생명보험 분야를 더 보완해야 하는 것이 어떻냐는 여망이 있다"고 말했다.

또 윤 회장은 "결과적으로 주가는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반드시 본래 모습에 맞는 주가로 가리라고 믿는다"며 "기초 체력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사 CEO들의 자사주 매입이 기업 가치와 실적 향상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소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주된 이유는 자기주식 가격안정과 투자자 가치 제고"라면서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최대주주가 지분율을 늘리면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자사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