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업황 속 생명보험사 새 수장들, 화두는 '혁신'
어려운 업황 속 생명보험사 새 수장들, 화두는 '혁신'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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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주 한화생명·변재상 미래에셋생명·성대규 신한생명 대표 등 '새길 찾기' 나서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생명보험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시장 포화, 신계약 감소 등으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생보업계에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춰 생명보험사들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거나 '투톱 체제'를 구축하는 등 진열을 재정비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신한생명의 경우 보험업에서만 20년 이상을 지낸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세셋생명은 '투톱 체제'다. 한화생명은 여승주 사업총괄 사장을 차남규 부회장과 함께 할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재상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새 대표로 맞이한다. 변 내정자는 관리총괄을 맡아 영업총괄을 맡는 하만덕 부회장과 투톱 체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왼쪽부터)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대표 내정자,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 내정자
(왼쪽부터)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 내정자,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대표 내정자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날 주주총회를 열고 여승주 사업총괄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여 대표는 일찍이 지난해 10월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바 있다.

1960년생인 여 대표는 경복고와 서강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경인에너지(현 한화에너지)에 입사했다. 이후 한화생명 재정팀장, 전략기획실장,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뒤 2017년 7월부터 한화생명 전략기획담당 임원을 맡고 있다.

여 대표는 한화그룹 내 대표적인 금융전문가이자, 한화그룹의 인수·합병(M&A)과 미래 신사업 전략을 이끈 경험이 있는 전략기획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가 여 대표의 한화생명 대표직 선임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한화생명에 금융 계열사 전반을 관리해온 그의 경험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전년 대비 35.2% 감소한 44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앞으로 여 대표는 9년째 한화생명을 이끌어오고 있는 차남규 부회장과 '투톱 체제'를 유지하며 한화생명의 외형 성장과 내실 관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신한생명은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거쳐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을 새 수장으로 맞이한다. 성 내정자는 25일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퇴임식을 갖는다.

1967년생인 성 대표는 대구 능인고,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 대학원 석사와 미국 유타대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관료 출신인 성 내정자는 재정경제원 보험제도담당관실 사무관,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보험과장 등 보험 관련 업무만 20년 이상을 맡은 보험 전문가다.

성 내정자는 방카슈랑스 도입, 실손의료보험 표준화 추진 등 국내 보험업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로 평가된다. 관료 출신이지만 혁신적인 성향을 갖춘 것은 물론, 보험업 발전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 업계 평판이 높다.

이러한 이력과 성향 덕에 신한금융그룹 안팎으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제 보험사 수장을 맡은 적은 없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워야 하는 부담도 있다.

또 신한생명 대표 내정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은 조직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어 성 내정자에게는 쉽지 않은 '데뷔'가 될 전망이다.

깜짝 인사의 주인공인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대표 내정자는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각자대표에 선임된다.

변 내정자는 1963년생으로 대전고와 서울대학교 공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을 거쳐 2005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미래에셋증권 채권본부장, 경영지원부문장, 경영서비스·리테일부문 대표를 역임한 뒤 2012년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2013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미래에셋생명 법인총괄 사장을 지낸 뒤 지난해부터 미래에셋대우 혁신추진단 사장을 맡아왔다.

증권업무를 주로 맡아온 변 내정자는 보험업보다 증권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앞으로 미래에셋생명에서 관리총괄 부문을 맡아 하만덕 부회장과 투톱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앞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김재식 전 미래에셋생명 대표의 연임이 유력시됐던 터라 변 내정자의 등장은 그야말로 '깜짝 인사'였다. 이에 그의 선임을 두고 미래에셋생명이 올해 변액보험부문 집중을 통한 수익성 강화 전략을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변액보험은 미래에셋생명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로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실적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말 변액보험에서 자산운용수익률 13.51%를 기록해 국내 생명보험사들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종신보험 연납화보험료(APE)는 최근 3년 성장률이 연평균 30%대에 달할 정도다.

이러한 미래에셋생명의 강점을 살리면서 실적 개선도 이뤄내야 하는 것이 변 내정자에게 주어진 과제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업이 극심한 정체기에 빠져있는 데다, IFRS17 도입 준비로 체질개선은 물론이고 새로운 시장 개척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 기업을 이끌게 된 만큼 대표들이 느낄 부담이 크겠지만, 한편으로는 본인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