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제로페이, 답인가④] 온누리 상품권 시장 살리는게 정답?
[온누리+제로페이, 답인가④] 온누리 상품권 시장 살리는게 정답?
  • 전지현
  • 승인 2019.03.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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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온누리상품권 도입 11년. 전통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이 상품권 활용이 높아지면서 규모가 2조원대로 커졌다. 하지만 현금깡·고비용 발행구조 등 '걸림돌'이 나오면서 대체제로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거론된 뒤 제로페이와 연계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하지만, 후진적 결제모델과의 결합은 오히려 온누리상품권 시장에 '독(毒)'이 될 것이란 시선이 일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제로페이와 연계한 온누리 모바일 상품권 도입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제로페이 사용자 유인책 확대 및 사용처 다양화를 위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포인트 충전 결제방식을 도입해, 상반기내 제로페이를 통한 온누리상품권 충전·사용 가능을 본격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전통시장에서는 기존 종이 온누리상품권과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외에 제로페이가 함께 쓰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바코드 방식 QR시스템이 전통시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점 때문이다.

보안성에 취약하고 개개인 결제습관도 바꿔야하는 QR코드 기반 제로페이가 앱 활동에 서툰 소상공인들의 활용이 낮아지면서 온누리상품권의 문제점을 개선할 의도로 도입되려던 모바일화를 퇴색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너무나 친숙해진 韓 진보된 결제시스템 MST·NFC, "QR코드 넌 뭐니?"

이미 국내에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근거리 무선통신(NFC), 음파방식 등 다양한 결제서비스가 존재한다. 이 같은 다양한 간편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모바일 상품권 시장도 급격히 성장했다.

삼성 삼성페이(사진 위), 롯데멤버스 L.페이 웨이브. 사진=각사 홈페이지.
삼성 삼성페이(사진 위), 롯데멤버스 L.페이 웨이브. 사진=각사 홈페이지.

MST방식은 기존 마그네틱 신용카드 정보를 담은 기기를 결제 단말기에 접촉시키면 결제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에 대면 카드 정보가 무선으로 전송되면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빠른 결제가 가능하다.

NFC 방식은 별도 기능이 있는 단말기 필요하다. 사용자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에 접촉시키면 결제가 완료된다. 사용절차가 단순하다. 대부분의 페이서비스가 NFC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음파(Sonic) 방식은 단말기에서 나오는 음파에 담긴 결제 정보를 스마트폰이 인식해 자동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롯데멤버스가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엘페이(L.pay)에 이 방식을 도입했다.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음파를 통해 스마트폰과 결제 단말기 간 결제에 필요한 정보를 전송한다.

다만, 시중에 활용되는 결제방식들도 단점은 있다. MST는 마그네틱 방식의 보안성 문제로 최근에 IC칩형 신용카드로 전환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기술 대체 위험이 존재하고,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NFC 역시 상인 입장에서는 별도 결제 단말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증가란 문제가 있다.

때문에 삼성페이는 NFC뿐 아니라 MST기술을 동시에 사용, 기존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외 국내 존재하는 대부분 모바일페이 서비스는 호환성이 없어 앱마다 각각 결제를 위한 신용카드나 은행계좌 번호를 따로 입력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QR코드보다 진보한 결제시스템도 카드를 대체하기엔 편의성과 범용성에서 다소 불편한 상황이다. 제로페이는 소득공제 40% 혜택으로 소비자를 유인하지만, 반응은 썰렁하다. 연소득 5000만원 급여자의 경우, 제로페이로만 일년간 2500만원 이상을 소비해야 47만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제로페이가 신용카드를 대체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다.

◆제로페이 안착시킬 해법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형 결제서비스 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일고 있다. 바코드 방식은 전통시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기술기 때문에 시장 환경에 맞춰 개선된 모바일 시스템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양대학교 에리카산학협력단 연구진은 지난해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 플랫폼 구축 요건' 보고서를 통해 사용성, 범용성, 비용 등을 고려한 필수요건 10가지를 제시했다. 출입문이 있는 매장뿐 아니라 오픈식 매대, 좌판 형태 매장에서 사용이 가능해야 하는 등 편의성과 범용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포스나 바코드 리더기 없이 사용 가능해야 골목상권, 노점상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사용이 간단하고 편리해야 사용성이 확보되며 ▲플랫폼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와 ▲플랫폼 유지관리, 모바일 가맹점 상담 및 설치, 교육 등 적은 예산으로 판매·관리·운영 가능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한국형 모바일 결제시스템 개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결제시스템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통신비가 들지 않고 단말기 가격도 저렴한데다, 모든 핸드폰에서 사용가능하도록 범용화된 기술이 적용된 결제단말기 개발이 연구중이다. 통상 전통시장에서는 매대 없이 구매 거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손에 쥐기 편한 형태의 단말기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제로페이를 모바일온라인상품권과 연계하기보다 MST와 NFC, L페이 등 기술을 범용화하는 방안 혹은 공유플랫폼 등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 한 관계자는 "제로페이를 전통시장에도 적용, 후진적 모델을 보편화시키려다 결국 소비자·소상공인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며 "기존 결제 시스템의 범용화를 통해 전통 시장에서도 사용하도록 만들거나 전통시장에서도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든 한국형 모바일 페이먼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칫 제로페이를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시장과 결합할 경우, 이미 활성화된 온누리 규모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