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주총시즌…재계는 “먹튀 행동주의 펀드 막아라”
막 오른 주총시즌…재계는 “먹튀 행동주의 펀드 막아라”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3.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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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다른 시즌과는 달리 올해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의 폭이 커지고 있고 해외 행동주의 펀드뿐만이 아닌 국내 행동주의펀드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주총의 관전포인트는 행동주의 펀드의 본격적인 활동이다. 각양 각색의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업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 시즌에서 표대결이 예상되는 곳은 적지 않다.

먼저 22일 열리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요구한 7조700억원에 달하는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을 놓고 맞선다. 29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는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따라 KCGI가 제안한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이 다뤄지게 될 수도 있다.

28일 열리는 현대홈쇼핑 주총에는 미국계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와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자사주 매입·소각·배당 증대를 제안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솔홀딩스, 무학, 강남제비스코 등과 같은 기업도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배당 확대와 이사 선임 등의 요구에 맞서야 하는 형국이다.

재계에서는 이들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한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단기적 주가 부양을 통한 이익 극대화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주주총회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한편 표 대결까지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통상적으로 대량 주식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적극적인 경영 관여를 통해 기업 가치 증대를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제고보다는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차익 내고 손을 터는 ‘먹튀’에 가깝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 애널리스트이자 칼럼리스트인 라나 포루하(Rana Foroohar)는 최근 ‘메이커스 앤 테이커스(Makers & Takers)’라는 책을 통해 행동주의 사모펀드 등 금융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사모펀드 등의 경우 미래를 위한 투자에 신경 쓰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경영방식을 택하도록 압박을 가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이와 같은 사모펀드의 단기 성과주의로 기업 활동의 동력이 좀먹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식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만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 등 장기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평가했다.

재계 전문가들은 현재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행동주의 펀드와 같은 외부 세력의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주가치나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그들의 단기적 이익 추구라는 행동주의 펀드 성격을 경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올해 초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한 후 악영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행동주의 펀드 개입 후 1년이 지난 시점 전년 대비 고용은 18.1%, 투자 23.8% 감소했다는 것. 이 뿐만이 아니라 당기순이익은 83.6%, 영업이익도 41.0% 감소했다.

재계는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와 횡포를 막기 위해서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의 방어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이 정부 시책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그룹 지분이 집중된 지주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경우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의 장기적 성장 동력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전문성이 결여된 행동주의 펀드들의 무리한 요구는 앞만 보고 나아가기도 바쁜 한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