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건설 CEO④] 2년차 맞이하는 김형 대우건설 사장, 성적표는
[2019 건설 CEO④] 2년차 맞이하는 김형 대우건설 사장, 성적표는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3.2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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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올해 건설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영자 중 하나다. 지난해 취임한 이후 대우건설의 정상화와 매각 추진에 대한 무거운 과제를 짊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2년차를 맞이한 올해 어떤 성적표를 내느냐에 따라 대우건설은 물론 건설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관전 포인트는 그가 대우건설을 얼마나 정상화 시킬 수 있냐는 점이다. 

사실 김 사장이 지난해 취임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대우건설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지난 2017년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지만 해외 부실이 터져 나오며 지난해 초 결국 매각이 무산됐고 이로 인해 대우건설 임원 절반가량이 책임을 지고 해임돼야 했다. 

사장인선에 대한 뒷말은 더욱 무성했다.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이 이른바 ‘최순실 낙하산’ 논란으로 사임하면서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 송문선 부사장이 대표를 맡았지만 결국 매각 무산과 함께 1년을 채우지 못하고 CEO에서 물러났다. 2년도 안 되는 시기에 2명의 CEO가 거쳐간 그야말로 ‘CEO의 무덤’이었던 셈이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ㅣ사진=대우건설
김형 대우건설 사장.ㅣ사진=대우건설

이런 상황에서 대우건설의 두 번째 외부출신 CEO인 김 사장의 등판은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으며 상대적으로 사장 권한이 크지 않다는 점도 대우건설 수장으로서의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이 때문인지 김 사장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는 ‘소통’을 덕목으로 꼽는다. 올해 초 대우건설 시무식 당시 김 사장이 로비에서 일일이 임직원들을 맞아 악수와 덕담을 나누며 떡이 담긴 복주머니를 전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 그는 지난해 취임 이후 한 주가 멀다하고 국내외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만나는 중이다. 현장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김 사장이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을 거친 그는 국내 주요 건설사의 현장에서 활약한 바 있다. 현장소장 출신인 만큼 현장의 중요성과 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김 사장을 굉장히 꼼꼼한 성격으로 평가한다. 현업에 대한 이해가 높고 세세하게 체크하는 전형적인 엔지니어 스타일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학자같은 성격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그는 필요할 때는 과감한 행동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해 6월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김 사장의 취임에 대해 과거 검찰수사 전력, 해외사업 부실 등의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직접 노조를 만나 담판을 짓는 방식을 선택했다. 

대우건설의 2019년 시무식 모습.ㅣ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의 2019년 시무식 모습.ㅣ사진=대우건설

수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조는 김 사장과 면담 이후 반대 입장을 공식 철회했고 김 사장은 원만한 취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취임 2년차를 맞이한 김 사장의 조직 장악력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이 지난해 영업이익 6287억원을 기록하면서 산업은행 인수 이후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점은 김 사장에게 의미가 크다. 외형 성장보다는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는 김 사장의 전략이 어느정도 통용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성장률만 46.6%에 달한다. 

다만 매출의 감소는 김 사장의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매출은 10조6055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 국내외 수주가 줄어든 것이 주효했다. 대우건설의 수주잔량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이에 대한 우려는 주가로 반영되는 중이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20일 기준 5000원 안팎에서 형성 중이다. 이는 거의 액면가 5000원 수준으로 지난 2010년 산업은행에 인수되던 당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같은 주가는 투자자들의 대우건설의 수주잔고 등으로 인한 실적 개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지난달 자사주 20만주를 매입하는 등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이 각별히 공을 들여온 나이지리아 NG 액화플랜트 7기 수주 여부가 대우건설의 향수 성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약 43억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높게 잡았던 만큼 나이지리아 LNG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여기에는 대우건설이 올해들어 해외수주를 한건도 개시하지 못했다는 절박함도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