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진그룹, 주총 앞두고 엇갈린 분위기…‘의결권 자문사’가 표정 갈랐다
현대차·한진그룹, 주총 앞두고 엇갈린 분위기…‘의결권 자문사’가 표정 갈랐다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3.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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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현대차그룹, 한진그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와 일전을 예고하는 두 그룹이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의 서로 다른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현대모비스는 의결권 자문사의 전폭적 지지를 얻은 반면, 한진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한진칼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18일 재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는 최근 잇따라 현대차그룹과 한진그룹에 대한 의결권 분석에 나서는 중이다. 이들에게 의결권 자문사는 이전에 없이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두 그룹 모두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의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주총에서 각 펀드가 제안한 주총안건을 상정하게 돼 표대결이 유력해졌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그렇다보니 두 그룹 모두 소액주주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의 결정이 중요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먼저 현대차그룹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밝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가장 쟁점이 됐던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글래스루이스,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는 일제히 현대차, 현대모비스에 대해 엘리엇의 배당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엘리엇의 배당안이 기업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4배 이상의 배당을 요구한 바 있다. 

글라스루이스는 “투기 자본의 대규모 배당급 지급 요구는 일회성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엘리엇이 추천한 현대차,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 상황이다. ISS는 엘리엇이 현대차에 추천한 사외이사 3인 중 2인에 대해 찬성했고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엘리엇의 사외이사 3인에 대해 모두 찬성했다. ISS는 유일하게 현대차 측 사외이사 3인 중 2인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ISS는 “두 후보자는 이사회 경험이나 배경의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큰 가치를 더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글래스루이스는 현대모비스의 엘리엇 추천 사외이사 2인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ISS는 2인에 대해,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1인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다만 일부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현대모비스의 주총안은 승리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갈라질수록 현대차그룹에 유리해지고 엘리엇의 지분이 3% 미만이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준 것도 주효했다.

반면 한진그룹의 분위기는 밝다고 하기 힘들다. 사모펀드 KCGI와 격전이 예고되는 곳은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물류자회사 한진이지만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대한항공에 대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한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조 회장이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과 관련, 자질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스틴베스트도 “조 회장은 그 이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어 사내이사로서의 적격성 요인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에서 조 회장의 연임에 대한 안건 통과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지분 11.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할 예정인 가운데 전체 지분 중 53%를 보유한 소액주주가 주총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KCGI와 가장 치열한 표대결이 예고된 한진칼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지분 10.8%를 보유한 상황이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의 28.9%와의 격차는 크지만 소액주주 58.4%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한진칼이 지난 14일 주총결의를 공시한 만큼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 2월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한진칼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이사회 및 감사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경영권 분쟁과 달리 소액주주를 설득해야하는 행동주의펀드와 경영진의 대립 속에서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주총은 이들이 얼만큼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을지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