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주식 거래도 척척, 밀리지 않는 '아재' 파워
모바일 주식 거래도 척척, 밀리지 않는 '아재' 파워
  • 어예진 기자
  • 승인 2019.03.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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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상 개인투자자, 디지털 거래에 거부감 없어
'실전투자대회'에서도 젊은층 못지 않은 성과
'실버세대' 위한 '디지털 거래' 지원책도 필요
그래픽=김용지 기자
그래픽=김용지 기자

60대 투자자 A씨
“MTS? 아 당연히 쓰지요~ 설치? 내가 했지~ 누가해”

50대 투자자 B씨
“내가 주식만 20년 했어요. 지점 잘 안가죠. 언제적 객장 얘깁니까 젊은 양반이 허허”

[비즈트리뷴 어예진 기자]  그 옛날 아저씨들이 아니다. 요즘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아재(아저씨를 친근하게 표현한 말)’들은 컴퓨터, 노트북을 넘어 최근 모바일 중심의 거래 풍토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오랜 주식 노하우와 신문물의 조합으로 국내 주식 시장을 이끌고 있다.

◆ 주식시장의 진정한 ‘인싸(Insider)’는 40·50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97년, 대신증권이 국내 최초로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사이보스(CYBOS)를 선보였다. 투자자들은 지점에 가지 않고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때 인터넷통신을 이용해 주도적으로 HTS를 이용해온 당시 20·30대 청년들이 지금의 40·50대다.

자료=예탁결제원
자료=예탁결제원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에 대한 개인 실질주주 연령별 분포에서 50대가 142만명으로 전체 주주들 중 25.7%를 차지했다. 40대 주주 153만명(27.6%) 다음으로 많다.

보유주식수로는 전 연령을 통틀어 50대가 가장 부자다. 50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총 135억주를 보유하며 가장 높은 33%를 차지했다. 40대는 26.5%를 나타냈다. 40대부터 80세 이상까지 장노년층의 보유주식수를 모두 합치면 88.2%로, 국내 상장법인 주식수의 대부분을 쥐고 있는 셈이다.

◆ 모바일 얼리어답터, 아재들이 선점

지난 6~7년 사이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가 개발이 되면서 주식 투자도 보다 간편해지고, 쉬워졌다. 최근에는 보다 다양하고 편리한 MTS 기능들이 추가되는 모습이다.  MTS를 통해 다양한 투자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포트폴리오설계도 직접 할 수 있다. 종일 증권방송을 켜고 지켜보던 중장년층들은 이제 MTS나 미디어채널을 통해 모바일로 원하는 영상을 선별해 본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부터 MTS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진행하는 시황방송과 전문가 대담 등 라이브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도 미디어채널을 통해 리서치센터의 아침 회의를 생중계하고 있다. 이들 모두 부지런한 아재들에게 반응이 좋다. 이와 더불어 많은 증권사들이 모바일로 투자 상담이 가능한 챗봇(인공지능 문자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실제로 이들이 모바일을 이용해 매매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외 주식거래 고객 100만명을 샘플링하여 매매채널을 분석한 결과 46~55세 투자자의 MTS 이용 비중은 2015년 25.7%에서 2018년 43.3%로 급격하게 늘었다.

삼성동에 근무하고 있다는 50대 초반의 개인투자자 A씨는 “익숙해지니까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화면에 여러개 띄워 놓고 보는게 편해서 HTS를 더 자주 했는데, 확실히 MTS가 시장 동향 체크나 거래하기에 편하고 좋다”고 답했다.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개인 투자자 B씨도 “사실 나는 큰 화면으로 보는게 편해서 HTS를 쓰는데, MTS 매일 들여다 보면서 주가도 보고, 투자 정보고 보고 그러지요. 편해”라며 “MTS 설치도 내가 직접 했어요”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 손가락이 느릴 뿐이다.. 중년의 내공을 무시하지 말라

중장년층들은 HTS, MTS를 다루는데 능숙할 뿐 아니라, 투자 실력까지 두루 갖춘 투자계의 ‘인싸(Insider의 줄임말로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들을 말함)’다. 이들은 오랜 시간의 투자 내공으로 국내 증권사 실전투자대회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복잡한 화면 속 적절한 타이밍과 정보력, 판단력 등 주식 전략이 복합적으로 필요한 투자대회에서 50대 이상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7년 실시한 실전투자대회 수상자 중 50대 이상 비율은 약 38%에 달한다. 젊은 고객들이 다수 포진한 키움증권의 경우에도, 지난 2018 실전투자대회의 50대 이상의 수상자 비율은 28%를 나타냈다.

PC나 모바일을 통한 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해외주식투자에서도 아재들의 존재는 돋보인다. 지난 2016년 12월 NH투자증권이 실시했던 ‘중국 주식 실전투자대회’에서는 6명의 입상자 모두가 54세에서 71세 사이의 고객들이 차지하는 압도적인 결과를 기록한 바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 1월말 진행했던 ‘해외주식 모의투자대회’에 참석한 50대 이상 투자자들도 전체 참가자 중 15.2%를 차지했다.

◆ 갈 곳 잃은 ‘실버 투자'.. ‘디지털’ 괴리 좁혀야

한편, 최근 비대면 거래, 계좌 개설 등이 보편화하면서 국내 증권사 지점은 전국에 1000개가 겨우 넘을 정도로 사라져가는 추세가 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33개의 지점수는 총 1003개로 나타났다. 100곳이 넘는 지점을 보유한 곳은 미래에셋대우(136), KB증권(118), 신한금융투자(118) 등 세 곳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 나이가 많은 ‘실버 세대'들은 금융시장의 외톨이가 돼가고 있다. 지점에 오가거나 전화를 이용했던 이들의 투자 보폭이 좁아진 것이다. 보유 자산은 많지만, 의지만큼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적지않다.

은퇴한 70대 개인 투자자 C씨는 “휴대폰은 그냥 전화만 쓰는거지. 보려고 해도 작아서 잘 안보여, MTS는 뭐가 필요한 것도 눌러야 하는 것도 많고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전화하거나 직접 가야해”라고 전했다.

MTS를 휴대폰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 여기에 설치부터 공인인증서 등록 또는 복사, OTP카드 입력 외에 MTS 내의 다양한 기능들은 어르신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얼마전까지 지점에서 근무했던 한 증권사 직원은 “근무 당시, 고객님 휴대폰에 MTS 설치는 물론 직접 댁을 방문해서 설치하고 가르쳐드린 적도 더러 있다”며 “어르신들은 MTS 이용 자체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이 많다”고 귀띔한다.

올해 주요 증권사들이 신년사에서 ‘디지털 경쟁력'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온라인 거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융시장 주요 투자자들인 중장년층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