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대형마트까지…카드수수료 갈등 '확대일로'
항공사·대형마트까지…카드수수료 갈등 '확대일로'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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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이어 수수료 전쟁 '2라운드'
대형가맹점에 비해 상대적 '을' 카드사에 불리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카드업계의 현대·기아차 수수료 협상 완패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수수료 갈등이 항공사, 대형마트 등 다른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양측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협상이 원만하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가맹점 계약 해지 사태가 또 발생할 경우 피해가 애꿎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수료 협상 마지막 주자인 삼성·롯데카드는 결국 현대·기아차와의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수수료율은 현대·기아차가 지난 8일 제시한 조정안인 1.89%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삼성·롯데카드는 적정 수수료율에 못 미치는 현대·기아차의 조정안을 끝까지 거부했다. 애초 카드사들은 수수료율을 1.9% 중후반대로 올리길 원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가맹점 계약 해지 강수와 고객 불편 우려가 확대하면서 결국 조정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사실상의 '투항'인 셈이다. 이로써 이달 초부터 불거졌던 현대·기아차와 카드사간 수수료 갈등은 카드사의 완패로 끝이 났다. 

이런 가운데, 수수료 인상 거부 움직임이 다른 업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최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과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상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와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13일 오후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재벌 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제공=연합뉴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와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13일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재벌 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제공=연합뉴스

카드사들은 지난 1월 말부터 연 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들에게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하고, 이를 이달 초부터 적용했다. 자동차, 백화점·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통신사, 항공사 등이 대형가맹점에 포함된다. 가맹점만 총 2만3000여곳에 달한다.

카드사들은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우대 수수료율 적용 구간이 확대됨에 따라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르면, 적격비용(원가)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우대가맹점이 연 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또 매출액 50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 평균 수수료율도 2% 내외로 인하됐다.

새로운 수수료 체계가 지난 1월 말부터 적용됨에 따라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했다. 수수료율 우대 구간 확대로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개편안으로 연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역진성 해소 방안 마련' 발언도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명분이 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연 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형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일반 가맹점보다 낮은 '역진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사례와 같이 대형가맹점에서 수수료 인상을 거부해도 카드사로서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카드사들은 매출과 규모가 큰 대형가맹점이 수수료 인상을 이유로 가맹점 계약을 해지해도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할 수 없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현대·기아차와의 협상에서 카드사들이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던 모습이 다른 대형가맹점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본보기가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카드사 관계자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곳이 90%까지 늘어났고, 역진성 문제도 계속되고 있어서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카드사들이 이번(현대·기아차) 협상에서 끝까지 버텨보려고 했던 것은 협상 결과가 다른 가맹점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특정 카드로 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혼란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수수료 갈등이 확전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적극 나서지 않는 정부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와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전법을 준수하고 지켜야 할 금융위가 사태를 방관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작년 11월 금융위가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이번 사태에 불을 질러놓고는 정작 불은 우리 카드노동자에게 끄라며 해결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들은 가맹점 계약 해지 상황만큼은 막기 위해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이란 입장이지만, 의견차가 커 합의점을 마련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