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은행株…신한 '뜨고', KB·우리 '지고'
희비 엇갈린 은행株…신한 '뜨고', KB·우리 '지고'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13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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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주가, M&A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기대
'1등 프리미엄' 영향에…신한 금융대장주 올라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한 달 전 우리은행에서 변경상장된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실적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경기 부진, 예대율 규제 강화 등의 우려로 은행주(株)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전일 종가는 1만44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금융 시초가 1만5600원을 밑도는 가격이다. 특히 이날은 우리금융이 변경상장한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로, 그동안 주가는 5.88% 하락했다.

변경상장 당일에는 손태승 회장과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주가 띄우기'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순이익만 2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등 실적에서 높은 성과를 냈던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올해 본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만큼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우리금융은 '1등 종합금융그룹'을 목표로 올해부터 자산운용사, 신탁사, 캐피털사 등 중소형 금융사를 적극 인수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비율을 기존 1%에서 40%까지 늘릴 계획이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에 대해 "올해 안으로 기대되는 M&A 진행을 위한 자본안정성 관리와 카드·종금사의 자회사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버행 물량 해소 방안이 주가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이런 가운데, 지난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금융대장주가 KB금융지주에서 신한금융지주로 바뀌는 등 변화가 컸다.

지난 11일 신한금융 주가는 2년 1개월여만에 KB금융 주가를 넘어서며 금융대장주에 등극했다.

이날 신한금융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14% 오른 4만2900원으로, KB금융은 1.30% 오른 4만2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신한금융 주가가 KB금융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7년 1월 24일 이후 처음이다.

KB금융의 부진은 '1등 프리미엄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경기 부진, 예대율 산정 기준 변화,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우려로 은행주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것도 있지만, 지난해 KB금융이 신한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 준 영향이 크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지난해 KB금융은 신한금융에게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9년 동안 신한금융이 사수했던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지 1년 만이다.

KB증권, KB손해보험 등 지주사 이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계열사들이 부진했던 데다 판관비가 대폭 상승한 탓에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줄었다. 특히, 대규모 노조 총파업이 발생했던 핵심 계열사 KB국민은행에서 성과급, 희망퇴직비용 등 판관비가 대폭 증가했던 게 컸다.

신한금융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신한금융 주가는 금융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1등 프리미엄 덕을 톡톡히 보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리딩뱅크 탈환을 이뤄낸 1등 기업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한금융은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아시아신탁 등 다양한 금융사를 적극 인수하며 체력도 크게 키웠다. 동시에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도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KB금융은 올해 적극적인 M&A와 글로벌 진출 전략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KB금융은 '알짜매물'로 평가받는 롯데캐피탈의 인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리딩뱅크를 둘러싼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기대는 신한금융에 쏠려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에 대해 "성공적인 M&A를 통해 경상이익 체력은 향상됐고 예대율, 잔액 코픽스 등 각종 규제에서도 경쟁 은행 대비 좀 더 자유롭다"며 "은행주 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은행주 내 최고 이익 안정성으로 업종 내 프리미엄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