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뺏기고, 현대·기아차에 치이고…'속병' 앓는 삼성카드
코스트코 뺏기고, 현대·기아차에 치이고…'속병' 앓는 삼성카드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11 12: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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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겹쳐 주가도 휘청…교체설 딛고 연임한 원기찬 사장 고민 커져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지난해 코스트코와의 독점계약 해지로 자존심을 구긴 삼성카드가 올해에는 대형가맹점과의 카드수수료율 갈등으로 위기에 몰렸다.

카드수수료율 인상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현대·기아차와의 협상이 지난 10일 불발됨에 따라 11일부터 삼성카드로는 사실상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잇단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트코 독점계약 종료'와 '현대·기아차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이중고를 만난 삼성카드를 두고 경영위기를 점치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롯데·BC카드는 가맹점 계약 해지일인 이날까지 현대·기아차와 카드수수료율 인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당 카드사 고객은 이날부터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실제 대리점 등 현장에서도 해당 카드로는 현대·기아차 구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현대자동차 A대리점 소속 직원은 "본사에서 협상이 끝나지 않은 카드로는 결제를 하지 말라는 통보식의 공문이 내려왔고, 실제로 몇몇 카드사의 카드로는 결제가 되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서 접수된 민원은 아직 없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금리가 제일 저렴한 카드사로 쓰는 게 좋아 딜러들이 상담할 때 고객에 따라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이렇게 쓰도록 유도했었는데, 본사가 일방적으로 못쓰게 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기아차와 카드사들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은 계속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양측 견해차가 워낙 팽팽해 '가맹점 계약 해지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카드사들의 수익성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중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이 바로 삼성카드다. 지난해 미국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와의 18년 독점계약을 현대카드에 내준 뒤로 기존 사업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하는 데 주력해야 하지만, 오히려 현대·기아차 구매 결제까지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코스트코와 18년간 맺어온 독점계약권을 지난해 8월 현대카드에 넘겨줬다. 연 매출 3조~4조원에 이용 고객만 100만명에 달하는 코스트코는 낮은 수수료율을 제공하는 한 카드사와 독점계약을 맺는 정책을 펼쳐왔다. 적정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수료율로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계약건이지만, 고객수와 가맹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고객유입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이 눈독을 들여왔다. 그런 코스트코와의 계약권을 잃은 삼성카드 입장에서는 뼈아픈 상처가 아닐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카드와 코스트코의 독점계약은 오는 5월 종료된다.

이러한 상황 탓에 삼성카드의 지난해 실적 악화는 물론, 올해 실적과 시장점유율 하락도 예견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7% 감소한 34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M/S)은 16.7%로 신한카드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를 KB국민카드(15.1%)와 현대카드(9.4%)가 바짝 쫓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카드에 대해 "코스트코 취급고는 연간 약 3조원 내외로, 5월 가맹점 독점 계약 해지로 2019년에도 시장점유율 하락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카드는 코스트코와의 가맹점 계약이 올해 5월 말에 종료되면서 올해 하반기 신판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포인트 내외 낮아질 것"이라며 "가맹점수수료 개편안으로 올해 가맹점수수료가 전년 대비 14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손비용이 늘어나고 신판 증가세가 더딘 상황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의 악연에 삼성카드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초 코스트코 독점계약 해지설이 나온 이후부터 11월 정부의 카드수수료율 개편안 발표, 올해 1월 실적 발표, 3월 현대·기아차 가맹점 계약 해지 등 일련의 사태를 겪는 동안 삼성카드 주가는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8월 1일 종가 기준 3만5150원에 거래되던 삼성카드 주식은 카드수수료율 개편안이 발표된 11월 28일 3만1550원까지 떨어져, 지난 2016년 1월 이후 2년 10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3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수익성 악화, 코스트코 계약 해지 등으로 교체설이 나왔음에도 결국 연임에 성공한 원기찬 사장의 어깨도 한층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의 기대에 맞춰 올해 새로운 삼성카드로의 탈바꿈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 앞에서 연일 악재가 겹치면서 그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