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최대 실적에도 '짠물배당' 이유는…"M&A 초석 다져야"
우리금융, 최대 실적에도 '짠물배당' 이유는…"M&A 초석 다져야"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0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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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저배당 정책 유지
적극적 M&A 예고했지만…낮은 BIS비율 '리스크'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우리금융지주가 올해에도 '짠물배당'을 결정한 가운데, 이는 인수·합병(M&A)을 위한 BIS비율 관리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배당을 확대하며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펴고 있는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낮은 BIS비율 때문에 저배당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2018년 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650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4376억원으로, 전년도(2017년) 배당금 총액보다는 336억원 늘었지만, 배당성향은 21.5%로 오히려 5.2%포인트 줄었다. 우리금융 출범 전 우리은행의 지난해 순이익 증가폭(33.5%)이 배당금 증가폭에 비해 훨씬 큰 탓이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배당성향 31.8%의 고배당 정책을 펼치던 우리은행은 2016년부터 배당성향을 20% 초중반대로 대폭 낮췄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이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주들 사이에서도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 짠물배당이었다. 우리금융의 배당규모가 확정된 후 네이버 종목토론실에서는 투자자들의 아쉬움 섞인 반응이 줄을 잇기도 했다.

배당 확대는 가장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면서 즉각적인 주가 부양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13일 우리은행에서 변경상장된 이후 손태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주가 띄우기'에 나섰지만, 주가는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로 변경상장된 지난달 13일부터 8일(오늘) 오전 9시까지 우리금융의 주가 추이/사진캡쳐=네이버금융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로 변경상장된 지난달 13일부터 8일 오전 9시까지 주가 추이/사진캡쳐=네이버

시초가 1만5600원으로 시작한 우리금융은 다음날인 14일 1만6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타다 지난 7일 1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 종가(1만5300원) 대비 7.2% 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금융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금융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배당을 확대하며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다른 금융지주들과도 비교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는 보통주 1주당 16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23.9%로 지난해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KB금융지주는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배당성향을 24.8%로 1.6%포인트 끌어올렸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1920원이다. 하나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5.4%로 전년 대비 2.9%포인트 올라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이 저배당을 결정한 이유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10% 초반대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BIS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의미한다. BIS비율이 낮으면 자기자본 대비 위험자산이 많다는 뜻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

현행법상 새로운 금융지주는 내부등급법이 아닌 표준등급법을 적용해 BIS비율이 계산된다. 표준등급법 적용 시 위험가중치가 높아져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게 되는데, 같은 이유로 우리금융의 BIS비율도 기존 15%대에서 10% 초반대로 떨어지게 된다. 이는 금융당국 권고치인 14%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신한·KB·하나금융 등 3대 금융지주의 평균 BIS비율은 14.8%다.

내년 초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내부등급법이 적용되면 BIS비율이 다시 오를 수 있지만, 올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계획 중인 우리금융으로서는 현재의 BIS비율도 부담이다. 배당을 확대하면 BIS비율이 하락할 위험이 커지는데, 그럴 경우 M&A용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자본확충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도 우리금융이 올해부터 M&A 시장 진출을 적극 고려 중인 만큼 올해 저배당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2018년 큰 폭의 순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자본비율 일시적 하락과 M&A 재원 필요성으로 배당금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과점주주의 적극적인 배당 요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향후 계획된 M&A 등을 고려하면 700원까지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