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주 돌다리 두드려라] ② 열어보니 ‘자본잠식’...잘 안보이는걸 봐야
[남북경협주 돌다리 두드려라] ② 열어보니 ‘자본잠식’...잘 안보이는걸 봐야
  • 김수향 기자
  • 승인 2019.03.07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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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가 움직이는 건 실적, 테마주도 기업가치에 주목해야
소형주 경우 등락폭 최대 5배...무작정 추세 좇지 않도록 유의

[편집자주] 북한의 '경제 살리기'와 미국의 '비핵화'가 욕구가 맞닿으면서 양자간 협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남북경협주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노이 선언'이 무산되면서 분위기가 다시 급격히 위축됐지만, 핵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를 살리려는 북한의 의지가 여느때보다 강하다는 점을 들어 경협주에 들어갈 타이밍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이에 비즈트리뷴은 남북경협주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비즈트리뷴=김수향 기자] 비즈트리뷴이 지난 기사에서 짚어본 남북경협주의 가장 큰 특성은 이벤트에 취약하며 기업 가치가 아닌 ‘기대감’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경제협력’이 추진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남북경협주가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북한의 경제제재 해제는 다음 북미정상회담 때까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섣불리 추세를 따라 샀다가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밀당(밀고 당기기)’를 반복해온 상황에서 남북경협이라는 테마도 결국 ‘개별 기업의 실적과 업황의 방향성’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미지=김용지 편집기자
이미지=김용지 편집기자

◆ 남북경협 쫓다 '실적' 놓치지 않도록 유의

특히, 남북경협주 중 자본잠식 또는 뚜렷한 실적 악화를 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

남북경협주이자 개성공단 관련 주로 묶여있는 재영솔루텍의 경우, 이미 2015년부터 자본잠식인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자본잠식을 나타내는 이익잉여금은 49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남북경협주 테마에 속해 2018년 초 200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한 때 두 배 가까이 오른 3864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발표 이후 1065원이던 주가는 1500원대로 오른 바 있다.

이외에도 일신석재, 유니온, 퍼스택, 에코마이스터 등 소형주들은 투자 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남북경협주에 속한다. 이들은 모두 시가총액 2000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이다. 이 중에는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기업도 있어, 기업실적에 대한 분석이나 가치판단 없이 섣불리 투자했다간 피해를 입기 쉽다.

해당 기업들은 지난해 남북경협이벤트가 있을 때 마다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까지 올랐다 빠지는 등 주가 변동성이 크다. 일신석재의 경우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에 주가가 두 배까지 올랐다가 다시 적정 주가를 찾아갔다. 기존 200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2월에는 4190원까지 올랐지만 결렬소식이 전해진 28일에는 하루만에 27.3% 하락해 현재는 2385원에 거래되고 있다.

◆ 남북경협주로 묶여 평가 못 받는 '억울한' 기업도

반면, 남북경협주에 묶여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7대 대북사업권(금강산관광사업권, 개성지구 토지이용권 등)을 보유한 현대아산의 대주주로, 가장 대표적인 대북수혜주로 꼽힌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본업에서 꾸준히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인해 주가가 하루에 20% 가까이 빠졌다. 안정적 실적이 뒷받침 되는데도 남북경협이슈가 오히려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 것이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날 100억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보였다.

또 회담이 결렬된 28일 남북경협 사업 최대 수혜로 꼽혔던 현대관련 종목(현대건설, KCC건설, 한라)도 낙폭이 두드러졌다. 이와 관련된 시멘트와 레미콘 기업들 역시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건설업의 경우 해외수주, 정비사업분양 확대, 국내 플랜드 발주 성장이라는 호재가 있어 단순 '남북경협주'라는 테마에 묶기에는 단편적인 시각이라는 분석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민간 주택의 호황 끝에 국내 건설시장이 관급 공사로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만큼, 건자재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최악의 2018년을 지나 수익정상화로 돌아서고 있는 시멘트 및 콘크리트파일 업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 딜’로 마무리된 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해 ‘남북경협주의 모멘텀이 사라진 것은 맞으나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북한은 경제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고, 이번 결렬로 인해 오히려 서로 원하는 바가 더욱 명확해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성과 없이 끝난 북미정상회담이 한국 금융시장의 주는 충격은 제한적이겠지만, 코스피의 단기 조정 빌미는 제공할 수 있다”며 “북한 관련주의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추격매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