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을질?…일본가는 자칭 '롯데피해자' 진실공방
갑질? 을질?…일본가는 자칭 '롯데피해자' 진실공방
  • 전지현
  • 승인 2019.03.0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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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피해기업 일부, 사문서 위조·성추행·횡령 의혹에 법정 공방 '예고'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갑질로 피해 봤다고 주장하는 '롯데피해자연합회(전 협력업체들)'이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함께 일본 롯데를 방문해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에 나서기로 하면서 진실공방이 일고 있다. 갑질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이들의 피해 주장이 오히려 을의 갑질이라며 공방이 일고 있는 것. 피해자연합회와 국회의원이 관광비자로 일본을 방문해 집회를 여는 것은 자칫 외교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는 형국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관련업계와 추혜선 의원실 등에 따르면 추 의원은 이날 롯데그룹 계열사들과 거래하던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롯데피해자연합회와 함께 일본을 방문한다.

롯데피해자연합회는 롯데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6개업체가 만든 단체다. 이들은 6일 일본 도쿄 소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은 뒤 오후 2시30분 일본롯데홀딩스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공동대표와 면담을 하기 위해서다.

추 의원과 피해자연합회는 롯데 계열사들이 단가 후려치기, 비용 떠넘기기, 일방적 계약 해지, 상품 구매약속 불이행 등 불공정 행위로 입은 피해에 대해 알리고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추 의원 측은 "한국롯데가 문제해결 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판단,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공동대표에게 해결방안 의견을 나누기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며 "피해업체들과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임원 등이 일본을 찾아 문제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피해자연합회 주장 둘러싼 '진실공방', "재검토 필요"

롯데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호소와는 반대로 피해 협력업체들의 주장을 재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피해를 당했다는 협력업체의 주장이 사실과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2004년 쌀가공업체 '가나안RPC'의 200억원 피해사례는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피해자연합회측 주장으로는 당시 이 회사가 롯데상사 박모 팀장으로부터 쌀공장 합작 설립 및 생산제품 매입 제안 공문을 받아 공장을 설립했다. 롯데상사는 일본 농기계 생산업체 가네코사에 협조공문을 보내, 가나안RPC에 농기계를 외상판매하도록 요청도 했다.

가나안 대표와 롯데 관계자들은 가네코 방문견학도 했고, 가네코 영업부장은 롯데측 초정으로 롯데상사에 수차례 방문했다. 하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가나안RPC는 200억원 피해만 봤다. 가네코 츠네오 가네코사 대표는 추 의원에게 편지와 당시 방문했던 롯데 관계자들 명함을 보내 이 사실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롯데상사는 현재 롯데피해자연합회 공동대표인 김영미 가나안RPC 대표를 사문서 위조로 형사고소고발을 준비중이다. 빠르면 다음주경 형사 고소장을 접수한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가 지난해 12월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가 지난해 12월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상사가 김 대표 편지공개 이후 법무법인을 통해 일본 가네코사 측에 진위를 확인한 결과, 가네코사 대표는 해당편지를 작성하거나 보낸 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네코사는 지난해 11월 김 대표가 가네코사 직원에게 본인 주장을 담은 편지작성을 요청했으나 거절했다는 회신도 보냈다.

이창휘 롯데상사 곡물팀 팀장은 "일본어 판 문서에는 직인, 도장 등이 찍혀 있지 않았고, 가네코사는 편지에 대해 대표나 회사명의로 작성한 일이 없다는 공문도 직접 보내왔다"며 "허위편지를 공개한 김 대표를 사문서위조로 형사고소하고, 그간 주장해 온 합작투자 피해에 대해서도 채무부존재를 확인하는 민사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상사는 가나안RPC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에도 2004년 ‘고품질 쌀 상품화 계획 및 공급물량 협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고, 농기계 외상판매 요청 및 업무 협의 방문도 사실이 아니란 점을 수차례 밝혀왔다고 했다.

더욱이 롯데상사는 김 대표가 편지와 함께 증거로 제시한 가네코 방문 롯데 관계자 명함에 대해서도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가나안RPC는) 6개 롯데 관계자 명함을 공개했는데, 이중 3장은 일본 쌀시장조사차원에서 진행된 투어 중 매장을 돌다 이뤄진 현지업체 방문자리에서 건네진 것"이라며 "나머지는 방문하지도 않았던 인물들의 것들로 출처가 불분명하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日 향하는 '을들의 피해 모임', 옳은 발길vs섣부른 행보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박미선 씨는 일본으로 향하는 롯데피해자연합회 중 육가공품업체인 신화의 윤형철 대표가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추 의원실로 향했다고 했다. 박씨는 전직 신화의 직원으로, 윤 대표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우연히 서울을 방문했다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추 의원실에 왔다"며 "오너(윤 대표) 때문에 직장을 잃은 우리도 있는데...면담자 중 윤 대표가 있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단 이야기를 충분히 전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윤 대표는 2015년부터 롯데마트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고 호소해 왔다. 하지만 박씨는 오히려 윤 대표의 성추행과 투자금 회수 문제로 피해를 봤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씨는 몇몇 여직원들의 성추행 피해 사실과 윤 대표가 회사의 경영난 상황에서도 공금을 수억원씩 사용한 혐의도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부터 '신화 윤형철 대표 피해자 모임'을 결성했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비롯한 몇몇 정의당 국회의원을 찾아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추 의원실에도 지난해 7월부터 이 사실을 알려왔다.

박씨는 "(윤 대표가) 2014년부터 2년동안 40억원을 손해봤다고 하지만 법인 카드내역만 봐도 사용액이 막대하다. 경영난 상황에서 외제차도 사용했다"며 "횡령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량한 마음으로 피해자 돕기에 나선 추 의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롯데상사 '사문서 위조 내막'과 신화의 '을의 갑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선의의 마음에서 기자회견을 함께한 국회의원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추 의원을 비롯한 롯데피해자연합회의 일본내 집회가 한일 외교갈등으로도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은 한국인의 경우 일반여권으로 90일까지 무비자로 최대 90일까지 체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통상 90일 이내 관광비자로 체류하는 것으로 관광 및 방문 외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상황에 능통한 한 전문가는 "지난해 9월경부터 최근까지 일본 우익세력들의 반한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올해가 반일의 해'라는 말도 나온다"며 "일제 강점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시작으로 전범 기업의 한국인 강제 노역, 자위대 초계기 논란 등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한국인들의 집회활동이 예상치 않은 외교갈등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