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총 시즌'…5대 금융그룹, '계열사 수장 바꾸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슈퍼주총 시즌'…5대 금융그룹, '계열사 수장 바꾸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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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CEO 교체·사외이사 선임 등 이슈
'주주권 강화' 국민연금에 금융권 예의주시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이달 '슈퍼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의 주주총회 안건이 금융권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금융권 주총에는 계열사 CEO 교체와 사외이사 선임 등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특히, 올해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선언한 국민연금에 금융권이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2일 하나금융지주가, 27일에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의 주총은 이달 중순 이후 열릴 예정이다.

이 중 계열사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의 정식 선임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우선, 연임이 유력했던 기존 은행장들을 제치고 '깜짝 인사'의 대상이 된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와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내정자는 이번 주총을 통해 정식 선임된다.

'글로벌 통(通)'이란 평가를 받는 두 내정자 모두 글로벌화를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세운 각 금융지주의 맞춤형 인재인 만큼 무난히 주총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지 내정자의 경우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함영주 현 행장으로부터 불거진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인사였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주총을 통해 KB증권과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등 계열사 3곳에서 새 수장을 맞게 된다.

(왼쪽부터)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NH농협금융그룹 사옥 전경
(왼쪽부터)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NH농협금융그룹 사옥 전경

우리금융은 일찍이 지난해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선임을 마무리했다.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손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다.

NH농협금융 출범 후 최초로 연임에 성공해 눈길을 끈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재선임 여부도 이번 주총에서 결정된다. 이 행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그룹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다시 한 번 은행장 후보로 내정됐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전년 대비 87.5% 오른 1조22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은행 출범 이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주총에서는 대규모 사외이사 물갈이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 중 신한금융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 추천 안건이 통과될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6일 경제 관료와 글로벌 IB, 자본시장 전문가 출신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 4명을 신규로 추천했다. 이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되면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많은 11명의 사외이사를 두게 된다.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는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전 코레이 대표),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허용학 퍼스트브리지스트래티지 대표,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모두 금융시장을 아우르는 경제 전문가다.

KB금융은 회계 전문가로 꼽히는 김경호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김 후보자는 홍익대학교 부총장, 한국씨티은행 사외이사, 신한금융투자 사외이사,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 한국정부회계학회장 등을 역임한 회계 전문가다. 이밖에 기존 사외이사인 유석렬, 스튜어트 솔로몬, 박재하 등 3인은 재추천됐다.

특히,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에 불을 지폈던 KB금융의 경우 결국 노동이사제 추진은 무산됐다. KB금융 노조협의회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백승헌 변호사가 자격 문제 논란으로 자진 철회하면서 이번 주총 안건에는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말 임시 주총을 통해 이미 사외이사진을 꾸린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하나·농협금융의 사외이사진은 모두 최대 임기를 채우지 않아 재추천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KB금융과 신한금융에 이어 최근 하나금융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도 주총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의미한다.

금융지주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속속 도입하는 이유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한 기업경영 효율화는 물론, 수탁자산 증대까지 이룰 수 있어서다. 637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을 보유한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사업자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금융사에 가산점을 주기로 했는데, 금융사로서는 이에 따른 수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한·KB·하나금융을 제외한 다른 금융사도 스튜어드십 코드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주총 거수기'로 불렸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이번 주총에서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주총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금융지주들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지분율 5% 이상 또는 보유 비중 1% 이상인 투자기업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NH농협금융을 제외한 각 금융지주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KB금융 9.62%, 신한금융 9.55%, 하나금융 9.55%, 우리금융 9.29%로, 모두 지분율이 5%를 넘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 일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사실상 자리지키는 역할을 주로 해왔던 터라, 지금까지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겠다는 것 만으로도 기업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한진칼에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한 것을 보면 국민연금이 이번 금융사 주총에서도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사의 경우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 강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유 집중이나 순환출자를 통해 높은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일반 기업집단 소속회사보다 소유규제로 소유가 분산돼 있고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금융회사들이 주주권 행사 강화에 취약하다"고 판단했다.